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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2/01  한민족신문
삶의 끝은 죽음이다

어느 누군가 세월이 흐르는 게 총알 같고, 쏜 화살 같다고 했다. 그 말이 지금 내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어느덧 60대중반을 훌쩍 넘기고 인생 고래희를 바라보는 노인이 되였다.

 

여직 늙은이로 되지 않으려는 착각 속에서만 살아 왔다.

 

거울 속에 비껴진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볼 때마다 인젠 완연하게 노인이 되였구나 하면서 현실을 받아 들이군 한다. 눈가에 해살 같은 주름이며, 양볼이 처진 팔자주름이며 염색으로 포장한 흰 머리카락이며 몸매마저 망가져 가는 노인의 추한 몰골들이 그대로 낙인이 찍혀 있다.

 

누구나 청년기는 반복하고 싶은 세월이나 노년기는 거부하고 싶은 세월이라고 했다.

 

찬란하다 한들 젊음을 지켜낼 장사는 없고 초라하다 한들 늙음을 막아낼 장사는 없다고 한다.

 

아침 시장을 나가면 한족 아낙네들이 “아매, 마이차이바”하면서 나를 향해 서로 외쳐댄다. 난생 처음 "아매"라는 호칭이 귀전에 들려올 때 마음의 서운함과 실망감, 심지어 그렇게 불러주는 한족 아낙네들이 민망스럽기도 하였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다고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손녀가 태여나 자라면서 말문이 열려 할머니라고 부르는 소리가 그렇게 정답고 귀맛 좋고 행복했던지 온 세상의 기쁨과 행복을 혼자 누리는 기분에 둥둥 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 누가 나를 할머니라고 불러도 서운한 마음도, 미운 감정도 싹 사라져 버렸고 당당한 할머니로 승진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세월은 어느덧 이렇게 흘러 나는 인생의 무대에서 어머니 딸로, 시어머님 며느리로, 남

편의 아내로, 아들의 엄마로, 손녀의 할머니로 다인 역할을 하면서 삶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힘든 인생의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내리면서 살아 왔다. 지금은 한 여자 인생의 마지막 계단을 톱아 오르고 있는 과정이다.

 

인젠 칠십 고래희를 바라보면서 내 인생에서의 책임과 의무, 사명을 다 완성했다는 긍지와 자호감에 늘 가슴이 뿌듯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건강하게 무병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몫 밖에 남지 않았다.

몸이란 늙으면 쇠약해지고 병이 온상이고 또 깨여지기 쉬운 일이다. 누구나 생로병사의 길은 비껴 지날 수 없다.

 

생명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살아 있는 자의 운명이고 생명의 원리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르게 찾아오고 공평한 것은 죽음밖에 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 풍경은 어떤 것일가?!

 

나는 한국에 있을 때 간병하면서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요양병원에서 보내고 있는 노인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가족과 같은 온기를 느끼는 생활을 하였다. 요양병원은 호스피스 병원이나 별 다름이 없다.

 

노인들이 장기 입원하여 연명치료 하면서 생명을 연장 시키는 곳이기도 하고 죽어서 시체가 나오는 곳이기도 했다. 사흘이 멀다하게 시체를 운반하는 운구차를 목격하는데 남한테는 두렵고 쓸쓸한 모습일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으로 되여 버렸다.

 

이렇게 병상에 누워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들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새삼스럽게 느껴지고 삶의 끝은 결국 누구에게나 피해갈수 없는 죽음이 찾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에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란 단어 앞에서 주춤 거리거나 기피하려 한다. 죽음도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 우리는 기꺼이 수용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100세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죽음에 관한 대화와 교육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력이 담긴 공부도 해야 하고 인생의 한부분인 죽음도 껴안고 살아야 한다.

 

내가 맡아보고 있었던 병실에는 박씨 할머니(91세)가 계셨는데 삶도 남다르게 멋지게 살아왔고 죽음도 웃음으로 맞이하면서 생을 마감 하셨다. 나에게 많은 감동과 아름다운 죽음의 메시지를 남겼다.

 

병원에서 "멋쟁이"할머니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평생을 부모 노릇도 잘 하면서 당신 한테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오셨다. 갖고 싶은 것 모두 갖고 다니고 싶은 곳도 다 돌아다니면서 향수에 젖어 살아 오셨다.

 

남들은 요양병원이 생활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살아 가는데 박씨 할머니만은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셨다.

 

슬하에 자식 5남매를 두셨는데 모두들 효자, 효녀였다. 오늘은 이 아들한테 갈비탕 사오라고 부탁하고 내일은 저 딸한테 치킨 배달시켜 보내달라고 하면서 사흘이 멀다하게 전화 걸어 이것저것 부탁하면서 매일매일 여유롭게 만년을 보내셨다.

 

그러던 와중 작년 7월에 몸이 불편하면서 병이 찾아 오게 되였다. 자주 기침 하더니 폐수종이 오면서 산소 호흡기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매일 산소마스크를 껴야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는 그때까지 사유가 똑똑 하셨다. 당신의 병세가 위중함을 느끼고 죽음에 대한 준비, 마음 정리, 짐 정리까지 깐깐히 하셨다. 주위에 있는 할머니 친구들에게 값진 옷이며 손목시계며 하나하나 나눠 주셨다. 사람이 죽은 후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당신의 유품들을 꺼림직 해 한다고 하면서 생전에 자식들한테도 귀중한 물건들을 몽땅 보내 주었다.

 

코로나 시기여서 요양병원의 면회도 금지된 상태라 자식들도 볼 수 없었다. 특수 상황이여서 큰 아드님이 병원 측의 동의를 얻어 핵산 검사를 받은 후 병실로 면회를 오게 되였다.

 

아들은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시울을 적시였는데 오히려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난 인젠 살 만큼 여한 없이 살았으니 너희들이 절대 슬퍼하지 말고 내가 죽은 후에라도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당부 하시면서 할머니 얼굴에는 웃음기가 돌았다. 몇일 후 병세가 악화되면서 중환자실로 옮겨갔는데 효험보지 못하고 생을 조용히 마감하셨다.

 

나는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진정한 삶을 찾았고 삶과 죽음을 아름답게 융합시키는 지혜를 배웠다.

 

사람이 늙으면 병들어 죽을 수도 있고 자연사로 돌아 갈수도 있고 이외 사고로도 돌아 갈수 있다. 죽는 방식은 각양각색 이다.

 

백세시대라 해서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얼굴에 미소를 담고 삶을 마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 60~70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또한 자식으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마지막 불쌍한 세대이다. 우리 세대는 늙으면 요양원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곳 밖에는 갈데가 없다. 경제능력에 따라 각자 삶의 질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은 거기서 거기이다.

 

너무 오래 살다보면 자식에게 짐이 되고 괄시받기 십상이니 적당하게 살다 가는 게 좋은 일이겠지만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병들면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존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일종 현명한 선택이다. 인간은 병이 들고 고통을 받을 때라야 뉘우치고 반성하게 되는데 세월이 흐른 뒤에 아무리 후회해 본들 소용이 없다.

 

몸이 건강하고 정신이 멀쩡할 때 죽음의 준비도 하나하나 해놓는 것도 명지한 일이고 의향서도 준비 해놓는 것도 바람직한 처사이다.

죽음에는 분명 알고 있는 세 가지와 모르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사람은 분명 죽는다.

나 홀로 죽는다.

아무것도 가지고 못 간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그래서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어느 작가의 글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내가 세상에 올 땐 울었고, 내가 세상을 떠나갈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아쉬워 우는 가운데 나는 웃으며 홀로 떠나가련다.

/문홍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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