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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12/14  한민족신문
한 간병인의 웃지 못할 코미디 생활

짙은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입니다. 날이 많이 차지요? 이럴 때 일수록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겁니다. 하루종일 침대와 하나가 되고 싶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준비한 사연이 있습니다. 썰렁한 날씨를 닮은 한 간병인의 웃지 못할 코미디입니다.

 

당연치 못한 실수를 이렇게 코미디처럼 지날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아린 이야기입니다.

 

한 간병인이 오랜만에 외부진료 받으러 나갔습니다. 심지어 병원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도 오랜만에 가봅니다. 정류장 건너편에 신축 빌딩이 건축되고 있네요. 불과 얼마전까지는 낮고 헐망한 한옥이 있었는데 한옥은 부셔지고 없었던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차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고 사람들은 분주합니다.

 

사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실외마스크 착용도 자유화되였지만 요양병원 간병인과 보호자에게는 아직도 코로나 팬더믹이 해지되지 않고 여전히 사회와 격리되여 있습니다. 간병인들은 3년째 사회와 단절된채 집단 은둔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문을 나와 경안천 따라 뻗은 1차선 도로를 건너야 했습니다. 인행도 건널목을 지나는데도 차량들이 멈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동행하는 간병인이 70대라 제 딴에는 동료를 위한답시고 왼팔을 쭉~ 뻗어 운전자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당당하게 건넜습니다. 한참을 가서야 함께 떠난 복지사가 헐떡이며 쫓아 왔습니다.

 

"여사님, 어쩜 신호도 무시하고 당당하게 차까지 멈춰세우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신호는 무슨? 어디에 신호등이 있는데요?"

 

"바로 건널목에 신호등이 설치됐어요."

 

금시초문이었습니다. 신호등이 설치된지 1년이나 되였다는데 간병인은 그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뭐 이런 사람 다 있어?" 하고 욕했겠지만 어쨌든 그는 빨간신호등에 운행하는 차를 멈춰세운 용감한 보행자였습니다. 오랫동안 병원밖을 나와보지 못한 그간 은둔 생활을 한 티가 났었습니다.

 

그 날은 지방선거 일이라 시내에는 여전히 막판 유세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스피커에서는 끊임없이 구호를 외치는 소음도 들려왔습니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데 마치 외계인이 된 느낌처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자기들 후보 부탁한다며 거대 양당의 유세자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굽실 거리고 있습니다. 선거때는 굽실굽실 온갖 공약을 내걸고 정작 당선되고나면 딴짓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그는 꽤나 부정적입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그는 명함을 건네주는 유세자에게 은근슬쩍 "이미 한표 드렸어요."하고 시답잖은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거짓의 대가로 "감사합니다" 하는 사례를 받고 그는 쾌자를 부르며 흐뭇했습니다.

 

"흥, 난 선거권도 없거든~. ㅋ..."

 

이번에 당선된 분들은 책임성 있게 진정 국민만을 위해 뛰였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방역에서도 차별과 인권침해 없이, 사각지대에 몰린 간병인의 처우와 권리도 헤아려 주는 정치인이 당선되기를 기대하면서 또 다시 은둔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야기는 썰렁하게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지나 갔지만 코로나 팬더믹이 빚어낸 슬픔이 아닐까 싶습니다. 병원 아닌 바깥세상은 이미 코로나로부터 해방되였으나 간병인은 아직도 코로나의 공포속에 격리되여 있습니다. 지독하게도 요양병원은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는 가을이 못내 아쉬워 저는 단풍낙엽 하나를 가슴에 담습니다. 짧아진 가을날에 간병인의 아픈 삶도 소중해서 마음에 품었습니다. 간병인들의 자유로운 일상을 기대하며 희망 동아줄을 슬그머니 잡아봅니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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