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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4/14  한민족신문
진달래, 그리운 봄

 

진달래꽃은 떠나온 고향과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그리움이다. 진달래하면 고향 생각나고 고향하면 엄마가 보고 싶다. 연변의 상징화 진달래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봄이 오면 내가 살던 고향집 앞산 뒤 산, 언덕에도, 바위산에도 진달래의 꽃무리로 물들어 오른다. 진달래가 무리지어 시골 여기저기에 군락을 이룬다. 온천지에 핀다고 해서 천지 꽃이라 하였던지 어릴 때 우리는 진달래를 천지 꽃이라 불렀다.

 

시골서 자란 나는 산을 좋아했다. 학교방과 후 또래들과 뒤 산에 올라 핑크빛으로 활작 핀 진달래꽃에 둘러싸여 호들갑 떨며 뛰놀다 진달래꽃 한 아름씩 꺾어 안고 집으로 왔다. 봄이면 계집애들이 있는 집집의 창가에는 진달래 꽃병이 놓여 있었다.

 

엄마 따라 진달래 꽃 따러 가서 풍성한 진달래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좋아라 깔깔 웃고 떠들어 대니 꽃을 좋아하시는 엄마도 즐거워 하셨다. 나는 진달래꽃 따서 내 머리에 하나, 엄마 머리에 하나 꽂아 드렸다. 진달래 꽃 속에서 만은 엄마가 아니라 명랑하고 행복한 소녀였다.

 

엄마는 크고 이쁜 꽃잎만 따서 흰 광목 쌀자루에 가득 가져왔다. 꽃잎에 상처가지 않게 조심스레 씻어 물기를 뺀 다음 꿀에 버무려 차곡차곡 작은 항아리에 넣었다. 백인이 밟아야 한다며 문지방 앞 흙을 파고 항아리를 파묻은 후 100일을 기다려 발효시킨 다음 매일 저녁 한잔씩 물에 타서 나에게 주었다.

 

그때 나는 어린 나의에 관절인지 좌골 신경통인지 다리가 많이 아파서 학교 노동에도 참가하지 못할 정도였다. 의료설비라곤 엑스레이 밖에 없던 시절이라 병원가도 확진 없이 항 풍습 진통제만 처방해주니 처녀시절 간호사였던 엄마가 그런 약을 못먹게 하고 좋다는 민간요법은 다 써주셨다. 진달래꽃의 발효액도 엄마의 민간요법중의 하나였다.

 

엄마의 민간요법으로 치료받고 언젠가 부터 다리 통증이 없어져서 학교 노동이나 체육 시간에도 빠짐없이 참가할 수 있었고 놀음도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먹은 내 무릎은 60이 넘은 오늘도 아픔 없이 튼튼하다. 다른 장기들은 늙고 고장들이 생겨나지만 엄마의 사랑이 배여있는 무릎만은 지금도 끄떡없다.

 

엄마의 사랑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엄마는 진달래꽃으로 딸내미 아픈 무릎 고쳐주셨는데 이 딸내미는 울 엄마 진달래 꽃구경 한번 시켜드리지 못했다.

 

연변의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화룡시 서성진이 엄마의 고향이다. 고향에서 열리는 진달래 꽃 축제에 한번 모셔가 보지 못한 이 딸은 이국타향에서 엄마 생각에 맘이 아프다.

 

봄이 오니 나는 울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의 딸이 되여 이 세상에 와서 엄마의 사랑받고 자란 이 몸, 가슴에 남은 고운 정 부둥켜안고 오늘도 이글을 쓰면서 울먹울먹 눈물이 흐른다. 엄마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 지금도 엄마가 문득문득 보고 싶다.

 

엄마 생각에, 고향의 진달래가 그리워지는 이 봄, 봄마다 맞이하는 진달래인데 그때 그 시절의 고향 진달래가 사무치게 그립다. 고향의 진달래는 꿈속의 그림으로 되였다. 몇일 전 친구가 전해온 고향의 진달래 군락이 없어진다는 슬픈 소식이다. 개발로 파괴된 건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훼손시킨 건지 통 알 수는 없다. 고향의 진달래 꽃밭이 엉뚱한 이유로 차츰 없어져 간다는 것이 안타깝다. 모두가 떠난 고향을 지켜온 진달래가 살아져 가고 있단다. 고향의 진달래는 기억속의 꽃으로만, 기억속의 진달래는 지난밤의 꿈처럼 아련해 진다.

 

고향, 내가 자랐고 내가 살던 곳,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 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훌훌 털고 가지질 않으니 그냥 고향이 아니라 그리운 고향이 되였다.

 

이국 타향에서 코로나로 하늘 길, 배 길이 더 어려워졌으니 고향 가는 길은 한없이 멀어졌다. 그래서 고향은 오매에도 그리운 고향이 되였다.

 

봄이 오니 진달래는 어김없이 피겠지만 올해도 작년과 같이 한국의 한 병원옥상에서 진달래 대신 살구꽃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 될 것 같다. 진달래꽃은 내게 그리움이자 위로이고 희망이다.

 

병원옥상에서 파란 하늘에 떠있는 하얀 뭉게구름을 구경하노라면 시간 가는 줄도 뒤 목이 아픈 줄도 모른다. 구름 없이 파란 하늘은 호수같이 맑아서 그 푸르름에 반하고 구름 있는 하늘은 풍경이 좋아 보는 재미를 느낀다. 잔잔한 구름들은 바람이 미는 대로 내려간다. 떠나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봄을 즐기는 마음으로 진달래를 그린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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