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런저런 편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고 평가할 때 마다 나는 나만큼은 편견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에게 충격을 준 일이 벌어졌다.
몇 일전 간식거리를 사러 마트로 가고 있는데 앞에서 값진 밍크 옷을 걸친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걸이로 보아 한분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할머니였고 한분은 굽 높은 구두를 신은 젊은 분이신 것 같았다. 도란도란 말씀을 나누면서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산책을 나온 사이좋은 모녀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뒤 따라가는 나는 무척 부러웠다. 그분들의 우아한 옷차림도 부러웠고 사이좋은 다정한 모습도 정말 부러웠다. 저런 분들은 삶도 우리와는 분명 다를 거야. 저렇게 두 분끼리는 다정하게 이야기해도 다른 사람들과는 또 다른 어조로 말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다. 드라마에서도 부잣집 사모님들이 남에게 시키는데 익숙해져서 가사도우미나 기사에게 무례한 언행도 서슴없이 하는 것 들을 많이 보아왔던 터라 자연스레 그렇게 생각 했었던 것이다. 한창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던 중 앞에서 걸어가던 젊은 여성이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 것 이였다. 깜짝 놀란 나는 내가 지금 무엇을 보았지? 라고 의심하면서 다시 그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분명한 것은 젊은 여성이 쓰레기를 맨손으로 줍는 모습을 옆에 계신 나이 드신 분께서는 대견스럽게 쳐다보시면서 웃고 계신 것 이였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 것 같은 저 여인이 저 더러운 쓰레기를 서슴없이 줍다니.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할 지경 이였다.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여 쳐다보면서 어쩌다가 한번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그들의 뒤를 따라 마트로 향했다. 젊은 여성은 쓰레기를 손에 쥔 채로 아무 일도 없었듯이 옆에 있는 나이 드신 분과 이야기를 계속하며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10여 미터를 더 걷다보니 젊은 여성은 또 길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었다. 옆에 나이 드신 분도 잠깐 멈춰 서서 두 손에 쓰레기를 쥐고 있는 젊은 여성을 대견스레 쳐다보면서 웃고 계셨다. 두 분은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이 사람들 도대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마트에 도착하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뒤 모습을 쳐다보았다. 마침 젊은 여성이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두 손을 탁탁 치면서 돌아서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우아해 보였고 앞에서 조용히 기다려주는 그 어머님의 모습도 그렇게 인자해 보였다.
물건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머리 속에는 밍크 옷을 입고 쓰레기를 줍던 여인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던 편견은 내 눈을 가려 마음에 드는 것만 보고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게 했고 내 마음에도 어느새 병이 들게 하고 있었다.
/서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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