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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막 참회

민간에 "사람도 나이 들면 구새 든다”는 말이 있죠. 그것이 과연 지당한 말씀이라고 지금에 와서야 저는 절절히 수긍하게 됩니다.

 

저는 오되게도 중학시절, 일찍 고중반주임 소개로 그분을 알게 되였습니다. 후에 그분은 장춘사범대학 수학계에 들어가 학습하고 저는 할빈사범학원 예술계에 입학하여 다녔습니다.

 

몇년이 지난 후 우리는 64년도에 결혼하였습니다. 저의 남친은 선량하고 수준이 있고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처음 저의 남친은 가목사시 사범전문학교에 분배 받아 사업하다가 뒤이어 가목사시 문교국에 직장을 옮겼고 그다음 고향인 벌리현 조선족중학교에 왔다가 벌리현 텔레비전대학에 가서 교원사업을 하였습니다. 거기에서 교수칭호까지 받았습니다.

 

그이는 사업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인 저를 몹시도 아끼고 사랑하여 우리는 사람마다 흠모하는 한 쌍의 부부로 행복하게 살았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너무도 금슬이 좋아 정말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부였었습니다. 저는 저녁이면 잠옷도 안 입고 베개라는 것도 한번 베 본적 없을 정도로 항상 남편의 팔을 베고 잤습니다. 그리고 저의 남편은 좋은 옷, 심지어 맛 나는 음식마저 저에게 돌렸고 우리가 바깥출입을 할 때면 “당신은 나를 대표하니 어서 빨리 화장을 곱게 하고 보기 좋은 옷을 입소”하는가 하면 또한 그이에겐 저밖에 다른 여자가 없듯 음식마저 내가 하는 음식을 제일이라 생각했었죠. 그러다보니 저는 그분의 따뜻한 품속에서 세상에 부럼 없이 아주 행복하게 살아왔습니다.

 

일찍 호강한 놈 정중을 모르고 감성생활에만 머문 놈 철부지 때를 벗지 못한다고 이것이 바로 저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어리 쓸던 밥상에 금이 서리고 쯤이 생기듯 내가 65세 되는 해의 어느 날 부터였던지 저는 도발적으로 각방을 하고 남편의 팔을 안 베고 베개도 홀로 베고 이불도 혼자 덮고 내 마음대로 딩굴면서 자고 싶어졌습니다---

 

그로부터 저를 그렇게 즐기시던 남편의 정서는 돌처럼 굳어져 벼렸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집에는 웃음소리 즐비하던 행복도 차즘 식어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선량하고 저를 그토록 끔직이 사랑하고 쓸어주던 그 분은 가끔 신경질을 부리고 한숨까지 쉬였습니다.

 

그때로부터 우리 부부는 하찮은 일에도 언성이 높아졌고 대판 싸우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하루 저녁에는 저를 보고 “오늘 저녁에도 또 각 방살인가? 잡지책을 어떻게 봤소? 늙으막 사랑이란 한 침대에서 서로 호흡하면서 자야 하는 것이요, 그래야만 젊어지고 오래오래 산다오. 당신은 내가 즐기는 한국 텔레비전의 생활편도 다 지워버리고 나는 무슨 멋에 살라오 참 고약한 짓거리 질을 한다”고 꾸지람도 했었습니다.

 

그때 저는 당신이 늙으막 오망을 쓰는 모양이라고 두덜거렸습니다. 그 후로부터 저는 자연히 밤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남편, 아니 령감이 또 시끄럽게 굴까봐 …

 

지금 생각하면 제가 그때 미쳤나 봅니다. 연후 얼마 안 지나서 령감이 뇌혈전에 걸려 집에서 진료하게 되였습니다. 그때로부터 지병에 시달리다가 3년 만에 령감은 저를 버리고 영영 떠나가 벼렸습니다.

 

령감이 떠난 그 자리가 얼마나 큰지 그때에야 깨달았습니다. 철없었던 저는 령감이 저를 너무 너무 사랑하니까 녀자는 남자의 사랑을 먹고사는 법인가만 생각했습니다. 령감이 정작 없고 보니《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라는 이 노래와 문장을 지은 분이 아주 위대하고 거룩하신 고마운 분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에 이르러 남들이 병든 남편을 부축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걸 자제할 수 없습니다. 나는 왜 저렇게 못했나 하는 늙으막 참회와 더불어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계실 땐 몰라도 떠나가 버린 뒤에야 남편이 그 얼마나 귀중한가를 느끼게 되고 그 좋은 분을 내가 어째서 존중하고 사랑하고 잘 받들어 모시며 행복하게 못해 드렸는가 하는 것 등등을 생각할수록 령감이 불쌍하고 가슴이 아프고 원통해서 통곡치고 싶습니다.

 

어떤 "효자,효녀"도 제 령감의 자리는 메워버릴 수 없습니다.

 

남편이 몇 년 더 살 수 있었겠는데 내가 잘못 해서 떠나가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죄책감을 너무너무 많이도 느끼게 됩니다. 한번 가시면 다시 못 오는 길인 줄도 전 모르고 그저 철없이 보내온 저의 한생 너무너무 부끄럽습니다. 이 세상 남편(령감)계신 분들이여, 부디 저 같은 철없던 녀자로, 아내로 되지 마시고 부부는 꼭 한구들에서 한 이불 덮고 다정하게 살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남편이 정말 ‘하늘’이란 걸 마음속에 아로새기시고 저처럼 후회 하지 말기를 부디부디꼭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고숙자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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