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비발이 날리는 인천공항을 저만침 뒤에 두고 갈매기처럼 하늘로 쑥 날아올랐을때에야 내 마음은 조금씩 불안해나기 시작하였다.
과연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가? 과연 나는 내 선택을 책임질수 있을 정도로 당당할수 있을가?
공항에서 엄마와 갈라질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헤여질때 나와 엄마는 누구도 울지않았다. 그것은 난 함께 자라온 친구들이 그리워 중국에 가서20일간 보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것으로 엄마와 약속되였기때문이였다. 하지만 난 중국으로 돌아가서 예전 내가 싫증난 인형처럼 미련없이 팽개쳤던 그 지겨웠던 공부를 다시 열심히 시작할 마음으로 한국을 떠나고 있었다.
내가 해관을 넘을때 <<김려- 김려야!>>하는 엄마의 부름소리가 내 마음이 약해질 정도로 가슴을 허비며 울려퍼졌었다. 순간 (지금이라도 달려가 엄마품에 확 안겨버리고 말가?)하는 충동이 날 괴롭혔었다. 하지만 난 글썽이는 눈물을 삼키고 견정히 <<새길>>로 발을 내딛었다.
비방울이 후둑후둑 내 몸을 후려갈기던 륙지와는 달리 30분쯤 날아예니 말갛게 개인 하늘이 펼쳐졌다. 가끔씩 하얀 구름떼들이 언뜻언뜻 기창을 스쳐지났다. 하늘가로 흘러가는 구름송이들이 마치도 길지않지만 나름대로 곡절적인 내 성장그라프속의 다정한 이야기들인양 은근하게 안겨왔다.
내가 소학교 1학년때 엄마, 아빠는 나를 담임선생님댁에 맡기고 한국으로 돈벌러 떠났었다. 담임선생님댁에는 나처럼 부모들이 연해도시거나 한국으로 돈벌러 가서 숙사생활을 하는 꼬맹이들이 5명이나 되였는데 밤이 되면 <<엄마, 엄마, 난 엄마와 같이 잘래…엉엉!>>하며 쿨쩍거리는 놈으로, <<선생님, 경훈이 자다 오줌을 싼것이 내 요까지 다 젖었어요.>>라고 입이 한발만해서 항의를 하는 놈으로, 아침에 다른 애의 바지를 잘못 껴입고도 화장실에서 젖먹던 힘까지 다하며 뒤를 보느라 끙끙 갑짜르는 놈으로 하여튼 어느 하루 소란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소학교시절 교문에 들어설때면 난 항상 가슴을 쑥 내밀었었다. 그것은 난 시험에서 항상 일등자리를 굳건히 지켰을뿐만아니라 학교예술절무대에서 <<콩쥐와 팥쥐>>무용극에 착하고 이쁜 콩쥐역을 출연하여 학교에서 퍼그나 인기가 있었기때문이였다.
하지만 내가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숙사로 향할때 가끔 애들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아빠가 운전하는 흥나는 음악이 꽝꽝 울려퍼지는 오토바이에 앉아 집으로 질주해가는 애들의 모습을 볼때면 많이 주눅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동년은 하얀 솜사탕같았지만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단맛이 빠져있었다.
초중2학년때까지만 하여도 나는 선생님들이 학급 애들을 교육할때마다 <<다같이 부모님들이 곁에 없지만 김려를 보세요!...>>하는 형식으로 언급되는 정면전형으로 되였었다.
하지만 초중3학년에 들어서면서 나는 새끼기러기마냥 날아가야 할 방향을 잃었으며 완전 청춘기의 반역소녀로 변하였다.
나는 책이나 붙들고 있는 학교의 모범생따위는 우습게 안겨왔다. 나는 책벌레의 생활보다 구멍이 숭숭난 청바지를 입고 한국스타 현빈을 빼여닮은 남자애랑 함께 팝콘을 나눠먹으며 주걸륜과 계륜미가 호흡을 맞춘 풋풋한 첫사랑을 노래한 영화 <<말할수 없는 비밀(不能说的秘密)>>이랑 보는 생활이 훨씬 더 자극적이고 아름답다고 생각되였다. 또 생일파티에서 잔을 높이 들며 <<완샤>>를 부르고 황홀한 노래방에서 함성을 지르며 몸을 흔들어대는것을 요즘 중학생들이 배워두어야 할 필수과목인듯 아예 완미하게 소화해버렸다.
<<공부를 잘 해야 좋은 대학에 갈수 있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직할수 있고 좋은 직장에 취직되여야 좋은 생활을 할수 있는 물질적보장이 얻을수 있게 되고…>>
소꿉시절 놀았던 <<기차는 빠르다, 빠른것은 것은 비행기…>>하는 말장난을 련상케하는 대도리를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귀에 못박힐 정도로 반복하였지만 나에게는 세속적인 넉두리로 들렸다.
<<너 혹시 한족애들이랑 휩쓸려 다니는거 아냐? 그렇기만 해봐라,아빠가 날아가서 걔네들 종아리를 분질러버릴거야!>>
<<넌 진짜 제맘대로구나. 고중입시시험이 눈앞인데 학교를 그만 두겠다니?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나 알고있어?>>
엄마,아빠는 전화로 나에게 폭격을 해왔고 난 나대로 <<엉엉- 제가 뭐 공부하는 기계예요? 엉엉- 매일 <대학타령>을 부르는 엄마와 아빤 왜 초중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어요. 엉엉- 저를 중국에 10년 처박아두고 관계도 안하다가는 이렇게 부모노릇하세요? 돈이나 보내주면 부모인줄 아세요? 엉엉- 한국생활 10년하며 세상구경 실컷 한 분들이 한국의 부모들은 어떻게 하는가 배우세요…>>하는 끔찍스러운 말들을 울부짖으며 서슴치않고 토해냈다. 내가 한 마디마디가 서슬 푸른 비수가 되여 엄마, 아빠의 가슴을 찌른것은 꼬물만큼도 모르고…
나는 끝내 엄마, 아빠의 꾸지람과 념원따위는 무시한채 고중입시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엄마, 아빤 이 못난 딸의 마음을 녹여주고 사랑으로 보듬어주기 위하여 2011년 10월에 나를 한국으로 데려내갔다.
어찌하여 나는 그처럼 뻔뻔스러웠을수 있었을가? 엄마, 아빠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공부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도 나는 꼬물만큼도 미안한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빚받이를 하러 가는 심정으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나를 중국에 10년이나 버려둔 그 빚을 받으러…
하지만 현재 나는 부모들로부터 빚을 넘쳐나게 받은 몸이였지만 빚받이군이 응당 느껴야 할 승리의 희열따위는 꼬물도 느낄수 없었다. 대신 마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였다.
내가 처음으로 한국땅을 내딛었을때 엄마, 아빠는 피곤기가 가득 실린 얼굴로 날 마중하러 나왔었다. 솔직히 10년만의 첫 만남, 나를 목숨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엄마, 아빠가 나에게는 마치 동네 아줌마, 아저씨처럼 서먹하게 안겨왔었다. 하기에 엄마가 나를 품에 꼭 끌어안고 엉엉 애처럼 소리내여 울어버리고 아빠가 돌아서서 눈굽을 찍을때 난 그저 어쩔바를 몰라했다.
엄마와 아빤 10년동안 주지못했던 사랑을 한꺼번에 보상해주지 못하여 안타까워하였다.
엄마와 아빠는 함께 3일간 휴가를 맡고 나에게 많은 명승고적들을 구경시켜주었다. 파란만장한 조선력사가 살아숨쉬는 경복궁, 도심에서 자유롭게 노닐던 물고기들보다 담벽에 우리 말로 새겨진 <<진달래꽃>>, <<서시>>와 같은 시편들이 더 경이롭던 청계천, 단풍이 기막히게 아름답던 설악산, 6백년의 년륜을 자랑하고 있는 은행나무가 묵묵히 지켜주고 있던 전주의 한옥마을…
하지만 내 가슴속에 가장 깊숙이 락인찍힌것은 엄마랑 함께 오이도에 간 날의 화면들이였다.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아릿하다.
저녁 9시가 되면 엄마는 야근을 하는지라 나와 엄마는 서둘러 오이도로 떠났었다.
오이도의 바다물은 상상처럼 그렇게 파랗지 않았다. 허나 엄마와 함께 하니 가슴은 그야말로 벅차올랐다. 게들은 발바닥에 간지럼을 피우고 조개들은 입을 쫘악 벌리며 나한테 시비를 걸었으며 저 파도치는 물대감은 이 한국땅을 밟은 시골소녀를 포옹하면서 반겨주는것만 같았다.
엄마는 가없는 하늘을 자유로이 느끼는 갈매기떼를 보면서 신기해하였다. 나는 또 그러는 엄마를 말뚱말뚱 쳐다보며 신기해했었다.
<<엄마, 한국에 10년이나 있었다면서 뭐 그딴 갈매기를 보고 좋아해요?>>
<<애두, 바빠죽겠는데 이런 희귀한것들을 언제 보겠냐?>>
한국생활 10년에 갈매기를 처음 본다는 엄마의 얘기를 듣고 난 깜짝 놀랐었다. (얼마나 바빴으면 이처럼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바다를 볼 여유가 없었을가?)
현대문명의 앞장에서 달리고 있는 한국에서 힘들때가 많을테지만 꼭 다채로운 삶을 살고 있을거라는 내 상상과 너무 다른 부모님들의 현실이 그야말로 충격적이였다.
그날 (부모님들에 대하여 난 대체 얼마나 많은것들을 모르고 있을가?)하는 생각들이 시종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엄마가 야근을 해야 할 시간은 빨리도 다가왔다. 엄마는 대체 어떤 곳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가? 난 솟구쳐오르는 궁금증을 떨쳐버릴수 없어 엄마한테 지청구를 들이댔다.
<<엄마, 나 오늘 하루만 엄마가 출근하는 회사에 가서 일하면 안돼요?>>
<<안돼!>>
<<왜요! 하루 알바비도 벌겸요. 혼자집에 있으면 너무 심심하고 무서우니깐 한번만 가게 해줘요. 녜- 엄마->>
난 엄마한테 찰떡같이 찰싹 달라붙으며 어색한 애교를 부리였다.
<<참, 얘는 누구를 닮아 이렇게 쇠고집인지. 쯔쯔- >>
역시 딸을 이기는 엄마는 없었다.
엄마가 근무하고 있는 핸도픈조립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기계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엄마는 탈의실로 가서 익숙하게 작업복을 차려입고 나까지 꼼꼼하게 챙겨주고는 일하는 라인으로 급급히 달려갔다.
나는 엄마의 옆자리에서 일하였었다. 엄마는 예리한 눈으로 핸드폰PCB에 집중하면서 쉴새없이 몸을 움직였다. 일을 따라한지 1시간도 채안되여 난 어깨가 빳빳해났고 다리에 쥐가 올라 그만 의자에 풍덩 주저않고말았다. 엄마는 상냥한 미소로 날 쳐다보면서 내앞의 일까지 도맡아하였다. 그리고 나한테 일하는 요령을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다.
<<여기에 PCB를 꽂고 여기에 라벨을 붙이고 여기는…>>
정말 난 그때 그 시각이 1초가 1시간같이, 1시간이 하루같이 느껴졌었다. 드리여 식사시간이 되였다. 와- 식당에 들어서니 한 백명되는 직원이 개미줄처럼 길다랗게 늘어섰다. 엄마는 환히 미소 지으며 련속 <<많이 먹어. 그래야만 힘이 나서 일을 잘 할수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토끼밥처럼 조금씩 담겨진 반찬, 비싼 감자대신 싼 무우를 넣어 한 담백한 국물, 한술 떠 먹어보니 아- 맛없다. 김치볶음채를 짚어먹어보니 아… 참 싱겁다. 너무나도 내 입맛에 맞지 않는데 맛나게 먹으며 나한테 웃음 지어주는 엄마를 보며 난 코끝이 찡해났다. 뱉고싶었던 반찬을 다시 입에 넣고 쩝쩝거리며 맛있게 먹기에 애썼다. 눈물이 핑 돌았다.
괴물에 쫓기듯 로봇처럼 기계앞에서 움직이는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났다.
아- 이런 부모님들에 대하여 난 여직 원망밖에 몰랐었구나! 나같은 불효한 딸이 또 어디 있을가?
엄마가 야근하던 나날, 난 아빠랑 오붓한 시간을 보냈었다. 항상 아빠가 요리솜씨를 보여주었고 항상 아빠가 집청소를 했었다. 아빠가 한 군침이 사르르 돌게하는 매콤달콤한 오징어볶음은 엄마가 한것보다 아니 이 세상 그 누가 한것보다도 짱이였다.
처음 아빠랑 쇼핑하러 갔을때의 장면은 지금도 기억속에 또렷하다. 아빠와 나는 모두 나의 신발에만 관심을 돌렸었다. 패션에는 별로 신경을 안쓰던 아빠가 그날에는 나와 함께 신진렬장을 샅샅이 누비면서 <<이건 색상이 좀 너무 어두운것 같애. 이건 수공이 깜끔하지 않네. 이것은 굽이 좀 너무 높지 않을가?>>하며 나에게 조언을 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아빠는 신델렐라의 어여쁜 구두를 련상케 하는 깜찍한 신을 내 발에 신겨주고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셨다. 그리고는 대뜸 그 작고 낡은 지갑에서 12만원을 꺼내여 값을 치러주었다. 허지만 아빠의 검은 색인지, 토색인지 원색을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현장일에 헐망해질대로 헐망해진 구두는 가시처럼 내 눈을 찔렀다. 난 자기의 마음에 꼭 드는 신을 신고도 웃을수 없었다.
아빤 알고있을가? 내가 쑥스러워하며 말했던 <<아빠, 사랑해요->>하는 그 한마디 말 결코 장난만은 아니라는거…
난 학국에서의 나날들을 충실히 보내려고 무작정 미용학원을 선택했었다. 엄마아빤 학원비 사십만원따윈 별거 아니라며 시원스럽게 내 선택을 찬성했었다.
창문밖 번화한 거리에서 오고가는 사람들, 화려한 치장으로 돈 벌려고 입을 쫙 벌린 가게들, 먼지 한점없이 쭉 뻗어진 도시길, 서울거리는 참으로 화려하였다.
미용학원에 도착하자 원장님으로부터 모든 선배님들께 인사를 드려야 했다. 그건 나에게 있어서 낯설고도 가상적이였다. 마침 그날은 내 나이또래의 친구 두명이 나와 있었었다. 그 낯선 도시에서 유일한 소원이 있다면 한국친구를 사귀는것이였다.
<<안녕?>>
걔들이 거는 인사에 난 신비스럽게도 흥분된 나머지 심장까지 쿵쾅쿵쾅 뛰였다..
<<안녕!>>
<<너 이름이 뭐니?>>
<<나… 김려야…>>
<<이름 이쁘네. 근데 왜 이름이 두글자지? 말투도 이상하네. 어디서 왔어?>>
<<아, 나 중국에서 왔어.>>
아직 연변사투리를 채 씻지 못한 난 한국말을 하면서도 저절로 닭살이 돋을것만 같았다.
<<아, 그렇구나…얘, 중국이래 중국…>>
<<뭐? 어쩐지? 좀 다르다 했어. 그니까…>>
난 금시 얼굴이 빨개졌다. 더 이상 그들의 뒤말을 엿들을 용기가 없었다. 난 흐리멍텅하게 수업시간을 때우고는 온몸을 감추듯이 쏜살같이 뻐스에로 탑승했다.
<<이번 정류장은 한국선진학교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나는 카드를 찍고 신호등도 무시하고는 집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갔다.
<<엄마!>>하며 들어서는 순간 사촌녀동생 혜진이가 쭉 늘어진 몸부림채로 누워 티비 보고있는 모습이 한눈에 안겨왔다.
<<아- 맞다,언니, 스마트폰 빌려줘. 하루만 쓰다 돌려줄게.>>
<<안돼!>>
걔는 학교에서 일짱이고 술도 담배도 접촉한다는걸 잘 알기에 난 버럭 소리를 지르며 거절했다.
<<아이, 빨리줘, 안그러면 언니화장품 뿌셔버릴거야.>>
난 어이가 없어 혜진이를 째려보았다.
<<중국인은 웃겨! 진짜…>>
혜진이는 발로 문을 팍 차고 나갔다. 나는 온몸이 얼어붙은듯 하였다.
중국, 중국, 그 두글자가 내 상처에 소금을 뿌린듯 아려났다. 내가 선택을 하고 결사적으로 오늘까지 고집해왔지만 이것은 분명히 어제날 내가 꿈꾼 래일이 아니였다. 난 서먹한 서울에서 막연함을 느꼈다. 순간 골기없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아- 내 삶을 따뜻하게 꽉 채워준 소중한 이들과 가시 든 살점같은 중국이 이처럼 못견디게 그리워본적이 없었다.
<<히히- 호호->> 웃으며 두꺼운 벙어리장갑을 낀 손으로 엿이 가득 붙은 빨간 삥탕후루(冰糖葫芦)를 돌려가며 먹던 미나, 은주, <<덜컥>>하는 문소리와 함께 전기가마 하나를 들고 나타나서는 <<야, 자습 끝나고 배 고프면 촐촐 굶지 말고 라면이라도 끓여먹어…>>라고 말하며 샐쭉 웃던 혜정이, 달빛이 황홀하게 부서져내리는 추석날밤에 <<야호->>하고 환성을 지르며 누가 제일 먼저 계관산의 하얀 탑우에 오르나 내기하던 개구쟁이 학급친구들과 잔소리쟁이 담임선생님… 그리고 석탄연기에 그을은 계동의 하늘과 소학교애들에 의하여 단물이 들기전에 결단이 나버린 교정의 포도넝쿨, 뜨락의 백양나무우듬지에 둥지를 틀고 아침마다 정답게 울어주던 까치들이 눈물나게 그리워났다…
학업을 버리고 무작정 한국으로 온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고 후회하였지만 이렇게 중국으로 돌아가 다시 학업을 시작할 결심을 확고하게 내리게 된데는 엄마친구와의 만남과 갈라놓을수 없었다.
어느 주말 엄마랑 나란히 손잡고 엄마친구를 만나러 갔었을때였다. 우리셋은 분식점에 들어가 짬봉이랑 한국음식을 먹었다. 엄마는 짬뽕에 입김을 후후 불고는 내게로 넘겨주었다.
한국에서 화장품가게를 꾸리고 있다는 세련되고 우아해보이는 엄마의 친구가 나를 보고 물어왔다.
<<네 딸 참 이쁘구나. 너 몇학년이야?>>
<<지금… 학교 안다녀요...>>
그때 나는 엄마의 눈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왜 학교를 안다녀? 18살이라 그랬지? 야, 너 엄마 너를 망치겠다야.>>
나는 쑥스러워 그냥 웃었다. 엄마도 부끄러웠는지 그냥 웃었다.
<<야, 우리앤 지금 청도에서 한족학교다니는데 전교 3등이야! 매일 전화통화할때면 무슨 보도하겠다, 뭐 배우겠다해서 막 피곤해.>>
엄마는 헛웃음을 지으시며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아이구, 우리 애두 이전에 공부를 줄곧 1등했지. 얘 춤도 잘 추기에 무대마다 놓치지 않구 올라가서 춤실력 보여주군 하였지, 그리고 랑독이랑도 얼마나…>
난 차마 더 이상 듣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프면서도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앞에서 애써 이 딸의 자랑을 늘여놓는 엄마가 너무너무 안스러워서…자신을 이토록 사랑하는 부모님들을 몰라주고 그들의 가슴에 못을 박던 자신이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아서…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청춘을 너무나도 방종하였던 자신의 어리석음에 화가 나고 또 났다.
하지만 눈물로 얼룩진 거울속 자신을 보는 순간 소녀의 무모함과 오기는 또다시 서서히 머리를 들었다.
그렇다! 방황은 이상 끝이다! 아픔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진정 나에게 속하는 꿈을 찾고 키워야 한다! 나의 청춘은 내 소중한 땀과 끊임없는 분투로 그리고 알록달록한 칠색꿈들로 장식되여야 한다!
비행기는 거창하게 하늘을 날아예고 있다. 꿈을 향해 나래쳐가는 내 마음처럼!
원점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난 분명히 어제날의 내가 아니였다!
/지도교원 : 송련희
http://www.hmzxinwen.com/news/1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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