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산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날마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더 좋습니다. 저절로 새벽이면 귀와 눈이 맑게 확 트이고 있습니다. 기분도 역시 맑고 향기롭습니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지금, 여기 모든 마음들이 바다 한가운데 빠져 죽은 우리들의 아들과 딸들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날씨마저도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는데 국민들의 몸과 마음마저도 우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는 국민들의 영혼까지도 집단 우울증 현기증에 천착되는 것 같습니다.
배가 고프면 먹는 밥도 맛이 좋아집니다. 한숨 푹 자고 차를 마시니 그 맛이 더욱 맑고 향기롭기만 합니다.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가 없습니다. 외딴 방. 나 홀로 숨쉬고 있는 빈 방, 빈 컵 하나. 외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니 문 두드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소나기처럼 가슴 바다 한가운데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내 마음 속의 바다. 내 영혼 속의 섬과 섬들 사이로 당신의 말씀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오로지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가진 것이 하나 없어도 참 행복합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하루 종일 참 좋습니다.
모르는 것도 죄라고 합니다. 지금, 여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직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신의 말씀 하나하나가 은총입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당신이 지금 내 곁에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이 세상의 근심 걱정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당신의 은총이라는 것을 이제야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떠나는 자는 안아 주고 싶습니다. 남아 있는 자는 모두가 한 몸, 한 마음입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더라도 이제는 참아야 합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살아갈수록 자꾸만 그리워지는 당신이여.
/권 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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