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책 늑대와 두루미의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
내용인 즉 이렇다.
어느 날 늑대가 두루미를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다. 두루미가 가보니 음식은 모두 스프종류인데 접시에 담아서 식탁에 차려져 있었다. 늑대는 맛있게 혀로 핥아 먹었으나 입이 길쭉한 두루미는 먹을 수가 없어서 구경만 하고 있으니 늑대가 하는 말, 아니 두루미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왜 안 드시고 구경만 하세요?
이에 두루미는 점심을 늦게 먹어서 생각이 없다고 둘러대자 늑대는 자신만 배불리 먹고는 상을 치워버렸다.
이에 약이 오른 두루미는 다음날 늑대를 초대했는데 이번에는 음식을 모두 호리병에 담아서 차려놓고 혼자 열심히 먹고 있었다. 늑대는 먹을 수가 없어서 구경만하고 있는데 두루미가 늑대와 똑 같이 묻는다. 늑대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왜 안 드시냐고? 그제서야 늑대는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 속담에“잘하면 내 탓이요 못하면 조상 탓” 이란 말이 있다.
이명박 대톨령의 임기말 특별사면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한 것이니 법과 원칙에 어긋난 것이 아니라고 했고 취임식 때 사면권 남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법과 원칙도 법전에 쓰인 법과 그것을 시행하는 원칙도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할 때 비로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비리로 얼룩진 인사들을 자신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하면서 굳이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그야말로 역사에 길이 오명을 남기게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능히 짐작할 일이다.
서양의 어느 법학자가 말 했다.
『법이란 가진 자 에게는 고무줄이고, 없는자 에게는 철사줄 이다.』라고
이명박 대통령 역시 법을 고무줄로 생각하고 있는 듯해서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 취임시 마다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하도록 되어있다.(제69조)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얼마나 노력했는가도 묻고싶다. 국민들은 지금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까.
저자거리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이런 말도 있다. 욕이 배따고 들어 오냐? 다.
대통령으로서는 국민들이 아무리 욕을 해 댄다고 한들 배따고 들어와 체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연금 타 먹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내 멋대로 내 고집대로 마지막으로 측근들에게 인심이나 쓰고 싶었을 게다.
필자가 최전방 철책선에서 군대생활 할 무렵 모 중대 중대장실 앞에 서 있던 간판을 본 기억이 있다. 되새겨 보면 간판의 길지 않은 내용은 다음과 같은 문구다.
공로는 부하에게! 명예는 지휘관에게! 책임은 나에게!
그 당시에는 어린 나이인지라 그저 괜찮은 말이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지금 돌이켜 추억해 보면 혈기 왕성하던 시절 모든 남자들의 아름다운 추억의 한 부분인 군대생활 추억의 책갈피 속에서 튀어나온 이 같은 문구는 그 시절 보병부대 말단 지휘관이던 그 중대장의 각오가 아니었던가를 되새겨 본다.
법과원칙을 따지는 요즘 정치권 인사들과 대통령, 그리고 행정 관료들에게 이 말을 적용해 보면 아마 이렇게 되지 않겠나 싶다.
공로는 나에게! 명예는 조직에게! 책임은 너에게!
상황과 장소에 따라 말을 바꾸면서도 책임을 서로 떠 넘기기만 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신물과 구역질이 나서, 태어나 처음으로 먹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젖이 마구 넘어오려 해서 현기증이 난다.
그토록 대단한 일을 한다던 세종시에서도 벌써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나보다, 새로 지은지가 며칠 되지도 않은 건물에서 그것도 한 부처의 장관실 천정에서 물벼락이 터졌다고 하니 언제나 부실공사의 부끄러운 고리가 끊길지를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저 한숨만 나온다.
또다시 책임은 너에게를 되풀이 하지 말고...
제발 김수환 추기경의 가르침대로 “다 내탓이요”라고 솔직하게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를 말없는 대다수 국민은 기대한다. 그리고 명(命)한다.
부실공사 공화국이란 굴레를 하루빨리 벗으려 한다면 말이다.
그 길만이 진정으로 법과 원칙에 한걸음 다가서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장재관 논설위원 jangsan16@naver.com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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