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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2/14  한민족신문
할아버지 전상서

차갑게 느껴지는 겨울 하늘에 할아버지 전상서를 띄워 보냅니다.

 

살길 찾아 고국을 등지고 강을 건너오셨던 할아버지의 손녀딸이 더 나은 삶을 찾아 고향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가 건너왔던 강을 멀리멀리 에돌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왔습니다. 

 

조선족으로 태어나 낯선 세상으로 뛰어든 이주의 삶, 할아버지의 고국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게 되였습니다. 그 속에는 가슴 녹아내리는 훈훈한 감동과 살에 박힌 가시같은 상처도 있었습니다.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알게 된 경희대 간호학과 이 교수님께서 마중해주시고 교수님댁에 얹혀 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모자라는 전세 돈을 벌어서 갚으라는 집주인 사모님의 깊은 배려를 받아 작으마한 전세집도 마련했습니다.  

 

세척제와 식용유까지 모든 살림살이를 몽땅 챙겨주신 이 교수님의 보살핌을 받아 서울에서의 새 살림을 불편없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전세사기도 많다는데 있을 수도, 들어보지도 못했던 후불전세계약을 하고 그만 울컥하였습니다. 누가 ”서울 사람들을 깍쟁이“라 했던가요? 서울이라는 타향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서울깍쟁이”가 아니라 넉넉하고 포근하고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돈도 벌고 받은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간병이란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간병이 생각보다 녹녹치 않았습니다. 여유란 눈곱만큼도 없이 자고 일하는 일상이 무한 반복됩니다. 거기에 밤잠 설치기가 한여름 냉수 마시는 것과도 같습니다. 코로나가 터진 후 밖에도, 마트나 시장에도 외식도 배달음식도 시킬 수 없이 병원에 갇혀 다람쥐 채 바퀴만 돌렸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니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 좋던 돈도 싫어졌습니다. 돈도 쓰는 멋이 있어야지 통장의 수자만 불어나는 거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쳤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돈이 뭔데?”

 

물음표가 붙을수록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일상이 사라진 간병인의 삶에서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이 그리웠습니다. 강요는 없지만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일의구도가 그렇게 되여 있습니다. 

 

내가 쉬면 대신 일할 대타를 구해야 하는데 인력난이 극심한 간병업계에서 개인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나는 돈만을 위해 간병을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조금은 부족해도 적당히 벌고, 알맞게 쉬고 싶었습니다. 할아버지, 욕심이 아니라고 해주세요.

 

그래도 어제 같은 오늘을, 오늘 같은 내일을 맞으면서도 정를 쌓고 사랑을 주면서 보람 있게 살고 있습니다. 다년간 간병하면서 침대에 한 번 올라가신 환자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내려오지 못하시는 광경을 많이 보았습니다. 

 

죽는 날만 기다리는 듯 희망을 잃은 노인 환자들의 모습에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되겠구나 싶어서 최선을 다 했습니다. 보호자가 “잘 부탁드려요.”하며 눈물을 글썽일 때, 나는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치매환자에게 당하는 무시와 욕도 마음속 깊이 씹으면서도 잘 보살피고 돌보는 것이 간병인의 본능이고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힘들어도 참고, 피로해도 참으면서 외로움도 견뎌냅니다. 늘 견뎌내야 할 인내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인생을 버티기 위해 밤을 새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저 잘하고 있지요? 은혜를 입었으면 갚을 줄 아느 것이 인지상정이라 할아버지 고국에서 받은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베풀고 돌보며 열심히 살아가면서 내 삶을 빛내겠습니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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