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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3/02  초원이
손목시계

                                                                                 이성화

 

우리 부부 결혼 38주년 두 아들 내외가 기념선물로 명품 ㄷ손목시계를 사왔다.

 

손목시계 하면 스위스란 나라를 떠올리고 로렉스란 이름을 화제에 올린다. 들어는 봤어도 딱히는 모르고 그런 시계가 나의 소유로 되리라곤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

태엽을 주지 않아도 가는 건 전자시계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태엽도 주지 않고 밧데리도 없이 스스로 알아서 작동된다? 뭐 기계시계라나? 착용 자가 살아서 움직이는 한 시계바늘이 멈추지 않는다?

믿기지 않을 만큼 신기했던 풍문이 인제 내 팔목에서 기적같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계성능과 사용설명을 두 아들로부터 자세히 듣고 나니 까마득한 첫 손목시계 내력이 떠오른다.

1970년대 중반에 교단에 오른 이 아들을 위해서 째지게 가난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오만가지 기대를 걸고 한해동안 키워 온 돼지 한 마리를 팔아서 훈장일에 시계가 필수라면서 부모님이 사주셨던 "동풍"표 시계, 감히 바라지도 못했던 시계를 받아 쥐였는데 손목도 가슴도 떨렸고 고마움에 그만 말문이막혀버리고 목구멍이 울컥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40여년이 지난 오늘 손목시계를 주고받는 같은 장면이 또다시 연출되고 있다. 받는 사람은 변함없는 나인데 주는 상대는 완전히 다른 세대다.

40년 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사랑과 기대를 받았고 40년 후에는 자식들로부터 축복과 효성을 받았다. 40년 전에 받은 감동에는 죄송함이 가득 차있었다면 40년 후에 받은 감동에는 행복감이 넘쳐 있었다.

시계에 박힌 보석이 진짜라고는 하는데 그이상의 진짜는 다름 아닌 자식들의 건강 장수의 바램이였다.

 

"아깝다고 벗어서 보관하면 시계가 멈춰버려요."

 

"아버지께서 움직이는 한 이 시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아들 며느리들의 절절한 기대였다.

내 나이 60언덕에 훌쩍 뛰어 오르고 보니 이왕이면 좋은 시계를 손목에 걸어보고 그것 하나로 나머지 인생 마무리 하고픈 생각도 얼핏 해본 적이 있은 것 같았다. 하지만 감히 고급 명품까지는 기대해 본적은 없었다.

기계시계라니 가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같아서 정확한 가격만큼은 딱히 알고 싶었다. 값을 따져 묻는 물음에 두 아들애는 대답이 그냥 애매하다.

 

"명품은 에누리 없는데 넘 비싼 건 아닙니다"

 

"그냥 아버지한테 잘 어울리는 시계이고 우리가 살 수 있을 만큼 합리한 가격입니다."

 

관방의 권유가격은 50만엔! 아마존 검색을 통해 스스로 알아보니 상상 그 이상의 고가시계였다. 어쩐지 기쁨대신에 머리가 뻥해지고 혈압이 오르는 같았다.

40년 전에 떨리던 손이 또 떨린다. 아들의 창창한 앞날을 바라고 모든 걸 올인하는 부모님의 희생에 목이 메였었는데 오늘은 아버지의 여생에 건강과 행복을 바라며 주저 없이 고가품을 선택 구매한 자식들의 효성에 또 한 번 목이 메여 할 말을 잃고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종일 동경시내를 돌며 관광과 쇼핑에 열을 올리던 두 아들 내외들은 모두가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다.

손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두시 십분이었다. 야광이여서 어둠속에서도 시간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인제 잠을 자야 했다. 조심 껏 시계를 벗어서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순간 손목시계 하나가 그토록 무겁고 그토록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시계바늘이 폴짝폴짝 눈앞에 어른거리면서 쉼 없이 시간은 가고 있는데 정신이 말똥말똥 좀체로 잠들 수가 없었다. 홀연 저녁 밥상에서 나누던 가족들의 대화가 다시 귀전에 울린다;

 

" 당신 인제 그 명품시계로 나머지 인생 마무리 하겠네요!"

마누라가 웃으며 하는 말에

"천만에요, 어머님! 앞으로 더 좋은 시계를 차보셔야죠."

며늘애들이 부정하고 나선다.

"현대인의 정상수명은 120세래요. "

둘째 아들이 긍정적 어조로 백세시대를 강조한다.

"그래서 60대에는 무엇이든 배워서 할 수 있는 나이래요. 아버지 어머니, 이루고 싶으셨던 꿈들을 지금부터 시작하세요."

맏이가 하는 말에 확신이 가득 차있었다. 하긴 늦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일찍한 때란 말도 있지 않는가.

그래서 무엇을 해볼 것인가

막상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이 수두룩했다. 32년의 교직생활과 10년의 한국 아르바이트로 가치적인 창조일은 끝났고 이젠 흐르는 세월에 수응해 자연인으로 사는 일만 남았구나 했는데 아, 나에게도 아직 꿈이 살아 있었구나! 그래서 이 이른 새벽에 아들의 말에 힘을 입어 마음의 도가니에 다시한번 불을 지펴본다.

 

그렇다, 이런 경종이 아니였다면 이제 10년, 20년이 지난 먼 후날에 60대에 벌써 손을 펴버리고 허송세월 한 것을 얼마나 아쉬워 할가! 굳잠에서 소스라친 느낌이다!

어둠속에서 다시 시계를 더듬어서 들여다보니 분침은 곧추 천정을 가르치고 시침은 오른쪽으로 지각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새 새벽 3시가 되었다. 똑딱똑딱 초침이 쉼 없이 뜀질을 하고 있다. 시간은 하나 둘 남은 삶을 앗아가는 느낌이다...

 

고맙다, 사랑하는 아들 며느리들아! 손목시계 하나로 시들어 가는 삶에 새로운 꿈과 생기를 주어서!

그리고 고맙다, 걸어온 길은 가시밭이 였지만 헤치고 와보니 행복의 에덴동산이였다는걸 실감하게 해주어서!

 

2019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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