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자 이슬비가 보실보실 내리며 대지에 실안개를 포근히 덮어놓는다.
산과 들은 토닥거리는 비소리에 침묵을 지키며 날씨는 한결 을씨년스러워 졌다.
미끈하게 내리드리운 수양버들은 보슬비에 함초롬히 젖어 푸르름으로 물들어가며 윤기흐르고
그 아래로는 유유히 호수물위를 헤염치던 오리들도 비의 세례를 받으며 물위에서 미역을 감는다.
여름이 오자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며 온 대지에 물벼락을 안겨준다.
시내물도 강물도 바다물도 퐁당퐁당 떨어지는 비에 물결을 이루며 넘실넘실 춤을 춘다.
그러다가 장대비가 좍좍 내리는데 곡식들은 갑자기 쏟아지는 비바람에 미친듯이 휘청거리더니 가까스로 몸을 가누며 젖버듬히 드러눕는다.
뜰에는 비를 함빡 맞아 물참봉이된 닭들이 날개를 파닥이며 한발서기를 하더니 물기를 파다닥-파다닥- 털면서 몸을 옹크리고 머리를 갸웃거리며 처마밑을 피서지로 발볌발볌 찾아든다.
소나기도 뒤질세라 앞을 다투어 대지에 물세례를 내린다.
천둥도 비의 세기에 주눅이 들세라 하늘 땅을 진감하며 꽈르릉거리며 도전하는데
번개도 뒤질세라 그 사이에 끼여들어 구름을 가르며 더욱 강하게 번뜩이며 자신의 용맹함을 떨쳐 보인다.
무지개도 빠질세라 틈을 타서 살그머니 오색찬연한 칠색얼굴을 드러내며 소나기 삼형제의 용맹함에 방긋 웃는다.
단비도 만만치 않다. 가뭄을 타고 사르르 내리며 은혜로운 이 땅우를 살포시 적셔준다. 가뭄때면 단비도 천금이다.
여우비도 말 그대로 여우처럼 약아빠져 한방울이 될가말가 맑은 날씨에 물방울을 휘뿌리며 살짝이 내려앉는다.
이렇게 호풍환우하는 대자연속에서 만물은 미역을 감으며 푸르싱싱하게 자라만 간다.
가을이 오자 또한 떡비가 침노한다.
알알이 여문 곡식들이 아쉬운지 논밭에 영영 들어붙을 기세다.
농민들의 발자욱마다에 스며있는 로고--- 발밑에 새겨놓은 듯한 찐득함 이것 또한 비의 노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와같이 비는 하늘이 자연에 하사한 선물이며 그 세례를 받아 우리들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생령들이 약동하는 비속을 누비며 이땅에서 바야흐로 생존을 영위해 가고 있는것이다.
보슬비며 장마비며 소낙비며 떡비들이 교차적으로 내리는 이 대지는 얼마나 아름다우냐!
비가 구름이 되고 구름이 다시 비가 되는 이 대지는 약동하는 계절속에서 비의 찬가 높이 부르며 함께 공존하며 자전하고 있다.
/김순희
http://www.hmzxinwen.com/news/27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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