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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9/16  한민족신문
파란 고무신

저에게는 예쁘고 사리 밝고 진심어린 마음을 가진 믿음직하면서도 항상 해맑게 웃는 김순옥이란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어릴 적에 8형제 중 다섯째로 태여나 부모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물질적으로 풍부하지 못했던 60년대여서 순옥이는 어릴 적 계속 언니 오빠들이 작아서 못 입는 옷만 물려 받아 입고 신발도 받아 신고 자랐다.

 

아빠 엄마는 8남매를 먹여 살리려고 낮에는 밭일을 하고 밤에는 벼 짚으로 가마니를 짜서 팔았다. 하루는 엄마가 시장에 가마니 팔러 갔다 오시더니 예쁜 파란색 고무신을 1원 30전 주고 사다가 순옥에게 주었다. 계속 물려받은 낡은 검정색 신발만 신던 순옥이는 처음으로 파란색 새 고무신을 신고 날아갈 듯이 기뻐서 온 동네를 신고 다니며 자랑을 했고 심지어 잠 잘 때에도 베개 옆에다 놓고 잠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몇몇 친구들이 뒤 동산에 진달래 꺾으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순옥이도 함께 따라 나섰다. 시골산길에는 풀도 무성하게 자랐고 싸리나무도 많고 돌멩이도 많았는데 초등학교 1학년생 애들인지라 키가 작아서 요리조리 용케도 풀을 헤치고 넘어지고 뒹굴고 웃고 떠들썩 하면서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남자 애들은 절벽에서 자란 소나무에 바 줄을 매고 줄타기도 하고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새 둥지도 들추고 했고 여자 애들은 예쁜 야생화를 꺾어 머리에 꽂고 진달래꽃도 한 웅큼씩 꺾었다.

 

집으로 돌아오려는 찰나 순옥이는 싸리나무 그루에 발을 빗디디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고무신이 쭉 찢어졌다. 순옥이는 보물처럼 아끼고 아끼던 파란 고무신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엉엉 울었고 또 한편으로는 엄마한테 혼날 걸 생각하니 무서워서도 더 울고~

 

그러지 않아도 이틀 전 오빠가 숨박꼭질 하다가 옷을 쭉 찢어 가지고 들어와서 엄마한테 욕먹고 매 맞는 걸 코앞에서 보았으니 상상만 해도 무섭고 겁이 더럭 나서 8살 난 순옥이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발버둥 치며 울고 또 울었다.

 

애들은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고 해는 이미 서산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집으로 가야하는데 애들은 애처롭게 울고 있는 순옥이만 물끄러미 쳐다보며 애간장만 태웠다. 이때 두 살 더 많은 경순이가 (내가 방법을 알려 줄테니 울지 마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절대로 엄마한테 혼나지 않을거야) 하면서 울고 있는 순옥이를 달래서 애들을 거느리고 마을 뒤 개울가로 내려 왔다.

 

경순이는 우선 고무신을 개울가의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가지고 자기가 먼저 찢어진 부분을 이빨로 씹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씹다가 어금이가 아프니 너희들이 돌아가면서 씹으라고 하면서 고무신을 넘겨주는 것이 였다. 영문도 모르고 여섯 명이서 두 바퀴나 번갈아 돌아가면서 신발을 씹고 또 씹으니 고무신은 애들이 이발 자국으로 톱날처럼 됐다.

 

이때 경순이가 (순옥아, 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찢어진 쪽 신발은 두엄무지 옆에 버리고 다른 한쪽은 마루에 살짝 벗어 놓아라. 그러면 진짜로 엄마한테 혼나지 않을거다.) 라고 알려 주었다.

 

순옥이는 밤새 뜬눈으로 새다가 집식구들이 단잠에 빠진 새벽에 가만히 일어나 경순이가 시켜준 대로 하고는 다시 자리에 누워 이불을 뒤 집어 쓰고 상황만 살펴보았다.

 

아침식사 시간이 될 무렵 화장실에 갔다 오던 오빠가 손에 고무신을 들고 들어오면서 엄마한테 보였다. 엄마는 찢어진 고무신을 보자마자 (저 놈의 강아지가 애 신발을 다 물어 뜯었네. 여보 애가 깨여나 울기 전에 순옥이 신발 고무풀로 붙여 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날랜 솜씨로 고무신을 줄로 쓸고 강력 풀을 발라 예쁘게 붙여주었다.

 

비록 새 신발하고는 비교도 안 되지만 그래도 다시 파란색 고무신을 신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다행이였다. 이렇게 순옥이는 총명하고 지혜로운 친구 덕분에 엄마의 봉변을 피면했고 또다시 파란색 고무신을 신고 신나게 학교로 다녔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애숭이였던 여덟 살 순옥이는 지금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중년으로 아들은 중경교통대학. 딸은 중국정법대학을 졸업시키고 손주까지 본 할머니가 되였지만 그때 그 지혜롭고 포옹력 있고 철석같은 친구들의 의리로 지금 까지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보내고 있다.

 

그때 그 찢어진 파란색 고무신을 머리 속에 떠올리면서 오늘도 내 친구 순옥이는 친구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안부의 메시지를 띄워 보낸다.

/조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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