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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2/20  초원이
차이나 타운 외 2수

서순남

 

만지작거리던 골목의 반쯤 열린 지퍼를

살그머니 닫더니 뒷머리를 긁적이며

샛길로 사라지는 발소리들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에

저만치 서 있던 마음을

불러들이느라 분주하다

괜히 오금에 힘이 들어간 포춘쿠키처럼

몇 번을 망설이던 문턱을 이 봄엔 넘어봐야지

 

축 늘어져 있던 바람을 부추겨

꿈의 생장점을 응원할 테다

머지않아 이름을 날리게 될 터이니

갓 핀 꽃잎의 낮잠을 방해하지 말 것

배추흰나비

트럭의 궁둥이를 툭툭 두드리며 골목길을 누빈다

 

 

주안역 지하상가

 

딸의 앞가르마까지 봄볕이 닿았다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끝말잇기를 하던 옷가게들이

하루를 들여놓기 시작하면

 

꽃무늬 시스루 원피스를 입고

빈자리마다 별을 심는 여자들

손등으로 오늘의 매출을 가늠하며

시간의 뒷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저녁나절까지 팔리지 않은 푸성귀 같은 초록

종일 자신을 교정 중이던

그늘의 기울어짐 같은 건 외면해도 될 걸

 

비린내가 배일까봐

둥그스름하게 어깨를 틀던 햇살의 목소리엔

가지마다 물길을 내면 될 걸

 

오늘은 복사해 놓고 내일을 부르는 박수

콧날 시큰한

 

 

월미도

 

골목 안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선 종량제 봉투

밤새 소금기 머금은 해무를 끌어모아 꼭꼭 여민다

 

저녁상에서 물린 생선가시로 남은

웃음을 문질러 펴며 돌아보니

받침 하나 떨어져나간 줄도 모르고 반짝이는 네온사인

옛 연인 따윈 수첩과 휴대전화 사이 눈어림으로 던져두고

 

촉이 빠른 직선의 몸을 한번 뒤틀면

점선과 실선을 오가며 딴죽을 걸던 점 하나

떠밀리듯 나타난다

 

한철을 담아 흔들며 옆으로 걷는 비닐봉투가

입술을 잘근거리는 삼월 하순

고깔모자를 얹어주면

해를 오므려 접는 낡은 장화

 

쏟아진 알약처럼 이층 창가에 드러눕는 저녁놀

넓다

 

-“인천역 3번출구”에서

 

서순남 시인 

 

낮에는 한국무용으로, 밤에는 시를 쓰며

가우디성당처럼 늘 현재진행형이고 싶은 사람.

ㅡ경북 경산 출생

ㅡ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ㅡ2010 시와 수필마당 <치매> 외 4편으로 등단

ㅡ2011 문학세대 전국창작공모대회 일반부 동상

ㅡ2012 지필문학 신춘문예대전 본상

ㅡ2018 시문학으로 <호모인턴스> 외 9편으로 재 등단

ㅡ2019년 인천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수혜

ㅡ시집 <<인천역 3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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