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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1/05  한민족신문
새벽 산책에서 맛보는 기쁨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자다 가도 새벽 4시에서 4시 반 사이에는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그러면 나의 하루는 새벽 산책으로 시작된다.

 

어느덧 새벽 산책을 견지한지도 어언간 강산이 4번 변한다는 40년 세월이 흘러갔으니 새벽 알람을 설정하지 않았어도 날마다 그 시간 때면 눈이 저절로 떠지는 것도 당연지사가 아닐까?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고 습관적으로 커텐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엊저녁부터 펑펑 쏟아지던 눈이 언제 그쳤는지?, 대신 오동지의 매서운 추위가 눈을 휘감으며 기승을 부리며 창문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문풍지와 창문 유리가 바람에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애처로운 비명을 지른다. 한겨울의 이른 새벽이라 많은 집 창문은 아직 불을 밝히지 않아 사위는 어둠으로 컴컴하다. 하늘에는 눈보라에 가려 희미한 별들이 추위에 오돌 오돌 떨면서 어둠을 쪼아 먹고 있다.

 

밖을 내다보는 내 몸까지 오돌오돌 떨린다. '오늘 새벽 산책을 포기할까' 하고 주춤거리며 잠깐 생각해본다. 그러다가 40년 넘게 새벽 산책을 견지해온 내가 요까지 추위에 몸을 사리고 새벽 산책을 포기하려고 하니 어쩐지 꼭 마치 내 삶과 생활의 일부분을 잃는다는 그런 기분이 들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용기를 내여 오리 털옷과 두터운 목도리, 털장갑, 마스크 등으로 전신 무장하고 문을 나섰다. 겨울바람이 마치 사자가 먹이사슬을 만나듯 기다리기라고 한 듯 매섭게 휘바람 소리를 내며 내 몸을 덮친다.

 

몸과 다리가 휘청거렸고 옷깃을 파고드는 고추처럼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매서운 한기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래도 참고 견디기로 하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마을길을 빠져 강뚝 길에 나서니 빈들 같은 허허벌판의 겨울바람이 더욱 매섭게 휘바람 소리를 내며 내 몸과 도랑 뚝에 있는 겨울나무가지를 혹독하게 물어뜯고 있다.

 

그토록 싱싱하고 청청하던 모습은 다 어디 가고 벌거 벗은 알몸으로 바람에 이리 저리 몸부림치며 시달리는 나무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지만 추위를 회피하지도 도망가지도 않으며 신음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에 순종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포용하며 인고의 아픔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또 초연하게 돌아올 봄과 푸르른 여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가 한없이 돋보이며 그래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고 요만한 추위를 두려워 집에서 잠깐 주춤거리며 오늘의 새벽 산책을 포기할 생각을 가졌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며 저절로 머리가 숙어진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오늘의 추위가 두려워 몸을 사리고 오늘 새벽 운동을 포기했더라면 이제 곧 대학을 나와 홀로 가시덤불과도 같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딸에게 곧 닥치게 될 온갖 고난과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 나가라고 부모로서 떳떳하게 한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실존의 깊이를 길어 올린 겨울나무 꼭대기엔 까치집이 바람에 그네를 타던 까치 부부가 다정하게 아침먹이를 찾아 어디론 가 날아간다. 새벽잠에서 깨어난 한 무리의 새들이 겨울바람을 맞받아 하늘높이 날아간다.

 

잠시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뒤돌아보니 어느새 바람에 날려 온 눈이 발자국을 메워 버려 흔적도 없지만 오늘도 새벽 일찍 일어나 나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니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마음이 한결 즐겁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한참 걷고 나니 어느새 얼어들던 내 몸에도 다 꺼져가던 불길이 다시 되살아나 이글거리는 불길로 살아난 것처럼 온몸이 후끈후끈 더워난다.

 

기세등등하던 겨울바람도 내 의지에 꺾여 내 발 밑에 무릎을 꿇는다. 어느덧 마을과 3리 떨어진 빠훌리강 다리까지 왔다. 나의 새벽 산책 코스의 종점이다.

 

종점의 도착은 마치 등반객이 절벽 같은 암벽을 타고 간난신고 끝에 마침내 정상을 정복하고 느끼는 그런 승리자의 쾌감과 감동을 느끼듯 나는 오늘도 떳떳이 새벽 산책을 견지했고 나의 자신감과 자신을 잃지 않았기에 오늘 새벽 같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냈고 나 자신을 이겼다는 긍지와 자신감, 딸에게도 떳떳하게 한마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아빠라는 자호감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어디선가 장 꿩의 울음소리가 새벽의 고요를 깨뜨리며 메아리가 되여 들린다. 나도 두 손을 입에 대고 "야-후 "하고 크게 화답한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즐겁게 시작될 것이다.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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