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동쪽에 광활하고 끝없는 대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곳에는 산맥이 이어지고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격류'라는 큰 강이 안개와 구름에 휩싸인 설산의 정상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탄생한 그 순간부터 웅대한 꿈을 품었습니다. 전설속에 더없이 넓고 깊은 푸른 바다의 품에 안기는 꿈이였습니다.
처음 '격류'는 한 줄기의 맑은 샘물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매끄러운 자갈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고 이끼 가득한 바위 틈을 빠져나와 조심스럽운 려정을 시작했습니다.
'격류'의 려정은 기이한 만남으로 시작했습니다. 찰찰 흐르던 '격류'는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산골짜기에서 흘러온 '졸졸'이라는 지류를 만났고 두 물줄기가 합류하자 힘이 조금씩 세져 갔습니다. 그 다음에는 지하수인 '돌돌'이가 그들의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졸졸'이와 '돌돌' 같은 물줄기가 '격류'에게로 모여들었습니다.
'격류'는 더 이상 가냘프고 여린 물줄기가 아니였습니다. 예전보다 더 넓어지고 깊어졌으며 물소리도 '찰찰' 소리에서 우렁찬 '콸콸' 소리로 바뀌였습니다.
'격류'의 몸집은 날로 커져 갔고 물살은 급해졌으며 기세는 사나와졌습니다. 검푸른 빛갈의 강물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파죽지세로 계곡을 빠져나갑니다. 마치 거대한 청룡이 운무를 일으키며 포효하는것 같았습니다.
“ 여러분, 저 강물의 기세를 보십시오. 정말로 웅장하지 않습니까? “
“ 그러게 말입니다. 이 강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기품있는 강이라고 봅니다!”
강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격류' 를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칭찬속에 '격류'는 우쭐거리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완전히 거만해졌습니다.
어느 날, ‘격류’는 무성한 숲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커다란 바위가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 이 미련한 놈 봐라! 죽을려고 나의 앞을 막고 나서는것이냐?”
노발대발한 '격류'는 세찬 물쌀을 일으키며 바위를 위협했습니다.
“ 격류야, 나는 태어나서부터 이 자리에 있었단 말이야... 절대 너의 앞길을 막으려는것이 아니란 말이야.”
겁에 질린 바위는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했습니다.
"이봐! 미욱한 바위야, 내가 얼마나 힘이 세고 무서운지 알기나 해? 그 누구라도 앞길을 가로막는다면 한치의 주저도 없이 싹 쓸어버릴것이야! "
'격류'의 기세에 주눅이 든 바위는 순순히 옆으로 비켜섰습니다.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격류'는 포효하며 파죽지세로 달려나간다. 그가 일으키는 사나운 물살은 악마의 혀바닥마냥 강둑을 허물어 버린다. 그렇게 넘쳐난 홍수는 인간에겐 크나큰 재앙이였습니다.
범람하는 홍수에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져 나갔고 수많은 곡식들이 물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놀란 사람들과 동물들이 사처로 도망갑니다.
홍수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더는 '격류'를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집이 물에 잠기고 사람들이 빠져죽은것은 모두 ‘격류’ 때문이라고 질타하고 나섰습니다.
'격류'는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더 기세 등등하며 우쭐대기 시작했습니다.
“ 격류야, 네가 여기까지 흘러온것도 바다로 향하는 힘을 갖게 된 것도 전적으로 네 혼자의 힘이 아니란다. 네가 흐르는 상류에서 만난 무수한 지류들이 너의 몸속에 흘러들었기에 오늘날의 웅장한 기세를 갖출 수 있었던 거야. 수많은 지류들이 없었다면 너는 아마도 흐르다 모래땅에서 말라버렸을 거야. 어찌 남의 힘을 업고서 이렇게 기고만장할수 있는것이냐!”
이때 위엄스런 목소리가 하늘에서 메아리쳤습니다.
풀을 뜯던 토끼가 귀가 쫑긋해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껑충껑충 뛰여다니던 꽃사슴도, 도토리를 찾던 다람쥐도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모든 친구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우쭐하는 ‘격류’를 바라봅니다. 강변의 친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반신반의했습니다. 그 말이 진실일까? 아니면 ‘격류’가 허풍을 친 걸까?
흠칫 놀란 '격류'는 고개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마침 한무리의 기러기가 '人'자 모양을 이루며 하늘을 날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호통소리는 다름이 아니라 기러기우두머리가 친것이였다.
“ 허튼소리를 치지 마, 기러기야! 예전에도 지금에도 모두 나의 힘으로 여기 까지 왔단 말이야, 믿기지 않으면 나의 기세를 보라구, 넘쳐나는 무궁무진한 힘을 보라구. 뭣도 모르는것이 어디다 대고 그런 흐튼소리를 치는것이냐!”
얼굴이 수수떡처럼 빨개진 ‘격류’는 허공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습니다.
“격류야, 넌 아직도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구나, 내가 꼭 너의 위선적인 민낯을 낱낱이 까밝히고 말것이야! 너 기다리거라.”
"미욱한 기러기야, 너 마음대로 하세요!"
‘격류’는 턱을 치켜들고 경멸하듯 코웃음을 쳤습니다.
여기에서 가만 있을 기러기가 아니였습니다. 이번엔 꼭 거만하고 기고만장한 ‘격류’의 콧대를 꺾어 놓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기러기떼는 방향을 바꾸어 ‘격류’가 발원한 상류로 향하여 훨훨 날아갔습니다.
평원을 지나 산맥을 날아 넘은 기러기떼는 드디어 ‘격류’의 발원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격류’에 합류한 ‘졸졸’ 과 ‘돌돌’이라는 지류를 찾았습니다.
“나의 친구 ‘졸졸’아, ’돌돌’아, 날 좀 도와줘, “
“ 기러기 친구야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우리가 어떻게 도우면 되니? “
“하늘을 날다 너희들의 친구 ‘격류’를 보았단다, 어젯날 성실하고 온화하던 ‘격류’가 지금은 교만하고 기고만장하게 변해버렸단다. 지금껏 줄기차게 흘러간것이 자기가 잘났기때문이라고 우쭐대는 것이지 뭐야! 그러니 친구인 우리가 ‘격류’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 잡아줘야 하는것이라네! “
“ 알았어 친구야,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니?”
기러기는 ‘졸졸’이와 ‘돌돌’이의 귓가에 대고 소곤소곤거렸습니다.
“ 알았어 친구야! “
“잘 있어, 나의 친구들아!”
기러기는 ‘졸졸’이와 ‘돌돌’이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시 하늘로 훨훨 날아 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아!"
‘격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친구들에게 지금껏 달려 온 자기의 어려운 려정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 저 기러기들의 허튼소리를 믿지 마세요. 오늘날 나의 빛나는 성과는 모두 내 자신이 개척해 낸 거야! 그 하찮은 물줄기들? 그들은 단지 내게 의지하고 따라가는것 뿐이야, 내가 없었다면 그들은 황야에서 길을 잃고 말라 버렸을 것이야. ”
" 자, 그러면 여러분들께 용맹하고 전설적인 나의 이야기를 들려 주겠어.”
착한 고슴도치도 간이 작은 토끼도 춤추던 꽃사슴도 고집이 센 맷돼지도 강기슭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호기심에 산속의 제왕 호랑이도 어슬렁어슬렁 다가왔습니다.
“ 나는 아주 작은 물줄기로 시작하여 갖은 역경을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단다. 오는 동안 나는 가장 눈부신 별하늘을 보았으며 아름답고 장엄한 계곡의 새벽도 보았단다. 바다로 가는 려정은 결코 쉬운일만이 아니였단다. 어둡고 무서운 협곡을 뚫어야 했고 수많은 산맥을 지나야 했단다. 수많은 역경은 나를 더 당당하게 만들었단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나를 비방하고 질투하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는구나. 나로서는 이 몰상식한 것들과 상대할 추호의 가치도 없다고 본다네. 왜냐하면 나는 곧 바다 어머니의 광활한 품에 안기게 될 테니까요, 그것이 얼마나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인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단다!"
‘격류’는 모든것을 자기의 노력과 영광으로 돌리였습니다. 크게 감명 받은 친구들은 그에게 무한한 존경심과 부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격류’의 허영심이 극으로 치닫게 해주었습니다.
이때 ‘격류’의 몸통 꼬리에서 이상한 느낌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미약한 무력감이었습니다. 그다음엔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격류’의 몸통이 몰라보게 작아지고 흐르는 속도도 느려졌습니다.
“ 큰일 났어, ‘격류’가 점점 작아지고 죽어가고 있어! “
강변의 친구들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놀라 사처로 도망을 가버립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격류’는 고개를 돌려 자기의 몸통을 보았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물결이 세차게 밀려오고 강둑을 넘치던" 장관은 사라졌습니다. 웅장하고 용맹스러운 청룡이 순식간에 작은 뱀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격류’는 온몸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무력감은 그의 전신에 퍼져갔습니다. 기세가 꺾이고 물줄기는 힘없이 늘어졌으며 마침내 무기력한 탁식과 함께 완전히 멈추고 말았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강물은 급속히 증발했고 몸통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격류’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습니다. 이러다 진짜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악을 했지만 몸은 무거워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안 돼…… 이럴 리가!"
‘격류’는 기를 쓰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모두가 헛사였다. 오직 미세한 물결의 진동만이 있었을 뿐이였습니다. "나는 바다로 가야 해! 어떻게 여기에서 사라질 수 있겠어?"
‘격류’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누구도 당해 낼 수 없는" 그 무궁무진한 힘은 그가 경멸해왔던 무수한 지류들에서 왔다는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격류’는 옛친구 ‘졸졸’이와 ‘돌돌’이가 그리워졌으며 저도 몰래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순간 ‘격류’의 자만심은 솜사탕처럼 녹아 버리고 끝없는 후회와 공포가 대신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사자처럼 포효하지도 않았습니다. 기죽은 수면에는 부끄러운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격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친구들에게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졸졸’아, ‘돌돌’아, 나를 좀 구해줘! "
‘격류’의 목소리는 미약하게 떨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아 미안해, 너희들의 공로를 부인하고 잘난채 한 내가 너무 어리석었구나. 허영심에 집착하고 명성에 눈이 먼 내가 너무너무 부끄럽구나! 너희들의 지원과 도움이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바다에 도달하기는 커녕 생존조차 할 수 없구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려무나, 사랑하는 내 친구들아!"
기러기와 강변의 친구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들은 ‘격류’의 진실한 참회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를 보는 모두의 시선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연민과 용서로 가득 찼습니다.
"격류야, 개인의 성취는 집단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것이란다. 성공에는 뭇사람들의 헌신과 협력이 있다는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네. 자만하여 다른 사람의 기여를 무시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네. 오직 감사함을 알고 겸손하게 나아갈 때 만이 비로소 성공할수 있단말일세. 집단의 힘을 리해하고 너를 있게해준 모든 이의 은혜를 감사할줄 아는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단다. 네가 이미 깨달았으니 다시 생명의 물이 흐를것이네!"
말을 마친 기러기는 하늘로 훨훨 날아 올라 ‘졸졸’이와 ‘돌돌’이가 있는 상류로 날아갔습니다.
순간적으로 ‘격류’는 등뒤에서 전해 오는 힘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미세했지만 점점 강한 힘이 ‘격류’의 몸으로 스며들어 왔습니다. 끊어졌던 무수한 지류들이 다시 ‘격류’에게 합류했던것이다. ‘격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친구들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힘, 격류가 얼마나 갈망하던 것인가! 용솟음치는 힘이 다시 격류의 혈관 속에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격류’의 몸은 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수위는 다시 상승했으며 가냘프던 물줄기는 다시 넓고 깊어졌습니다. 새 생명을 얻은 ‘격류’는 행복의 물결을 일으키며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허세 부리는 거만한 자가 아니라 힘의 원천을 진정으로 리해한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격류’는 경건한 마음으로 기러기와 강변의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 친구들아!"
‘격류’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진실한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나의 무지와 우쭐함을 대담하게 지적해주고 일깨워준 여러 친구들 정말 고마워. 친구들의 훈계를 영원히 잊지않고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갈께! "
그의 말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라 뉘우침이였습니다. 그는 부드럽게 바위를 에돌아가고 온화하게 강둑을 어루만지며 강변의 수초를 기름지게 했습니다.
‘격류’는 무수한 지류들의 힘을 안고 다시 바다를 향한 대장정에 올랐습니다.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 ‘격류’의 모습은 더 름름하고 활기찼습니다.
http://www.hmzxinwen.com/news/27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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