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느새 입하(立夏)를 맞아 여름에 들어섰다. 여름의 시작이라 하지만 우리 고향 동북에서는 봄파종이 한창일것 같다. 나는 사계절중에서 봄을 무척 좋아한다. 봄은 기쁨이요 즐거움이요 희망이다.
고향에 있을때, 나는 햇살좋은 봄날에 아지랑이 아물아물 피여오르는 철길레루를 따라 걸으면서 봄향에 취하군하였다. 피여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면 마음도 황홀하게 피여나는듯 즐거웠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난 봄에는 햇살에 취하여 늘 싱숭생숭한 마음에 젖어 나비처럼 꽃을 찾아 다녔다.
간병하느라 올해도 봄꽃놀이를 놓쳐 아쉬웠다. 어느새 봄꽃이 떠난자리를 차지한 연두빛 나뭇잎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고 꽃향기 봄향기가 떠나가고 있다. 가는 봄이 아쉽고 지는 꽃이 슬플때 고양국제꽃박람회가 개최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침 휴식의 여유가 생겨 바로 일산호수공원으로 뛰여갔다.
코로나 때문에 4년만에 열리게 된 고양국제 꽃박람회다. 꽃구경을 핑게삼아 꽃박람회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꽃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야말로 뽕도 따고 님도 보려는 욕심이었다.
3호선 정발산역 1번 출구에서 친구들을 만나 주변도 의식하지 않고 반갑다고 호들갑도 떨었다. 진짜 보구싶던 얼굴들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4년동안 얼굴한번 보지 못한 친구들이 너무 반가웠다. 시골서 자란 우리들은 소학교, 초중, 고중을 주~욱 함께였기에 우정이 남다르다. 좋은 일 궂은 일에도 늘 편한게 그래도 옛 동창인것 같다.
입장료가 일반인은 15000원이지만 우리는 65세이상 노인대우를 받아 9000원을 냈다. 우리 일행은 시끌법석 떠들면서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진행중인 일산호수공원 야외정원에 들어섰다. 공원에는 야외전시장와 실내전시관을 꽃들로 화려하게 장식해 놓았다. 화창한 날씨속에 야외정원을 산책하며 구경하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도 잊고 동심으로 돌아갔다. 야외전시장에는 꽃 향연이 자욱했다.
"와~~~, 눈이 다 시원하다." 탄성을 지르며아름다움에 정신이 황홀해졌습니다. 행사장 입구에 꽃으로 만들어진 대형 토끼조형물은 23년 토끼해와 국제꽃박람회의 상징이었다. 너무 잘 꾸며 놓고 조형도 잘 해놓아서 사진찍어 추억으로 남기기에 좋았다.
셀 수 없이 심어놓은 형형색색의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정원에는 꽃의 향연이 넘쳤다. 여러가지 색상의 튤립으로 구성된 화단을 보고 깜작 놀랐다. 원색의 튤립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색을 가진 튤립도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색을 가진 튤립은 처음 봤다. 맑은 날씨 덕분에 튤립사진이 잘 나왔다. 코로나에 감금되였던 3년넘는 세월에 쌓였던 우울함이 단숨에 날려버려지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듯하였다.
색감도 오늘 날씨랑 너무 잘 어울리는 수국도 올해는 더 아름다운것 같았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선 꽃을 배경으로 봄날의 추억을 담아 사진을 찍느라 소녀같이 즐거워 하는 노인들이 눈에 많이 띄였습니다.주중이고 낮시간이라 대부분 나이 든 분들이나, 유치원생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일행은 꽃구경에 기념촬영하느라 뿔뿔이 흩어졌다. 각양각색의 꽃들로 꾸며진 조형물마다 인증샷 찍으려는 인파가 줄을 섰다.
노랑꽃 화단에 반사경을 요리조리, 곳곳에 설치해 사진 한장에 여러개의 영상이 비춰져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나는 수국정원으로 홀로 들어가 꽃도 찍고 셀카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젊은 유트버가 사진 찍어주겠다며 폰을 넘겨받더니 몇장 찍어주었다. 전문가라 제법 화질도 밝게 잘 찍어 주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챙겨온 간식으로 요기나 하자고 친구들이 집합장소에 모였다. 언제나 빈틈없이 준비해오는 한 친구가 오늘도 자리랑 신문지까지 챙겨와서 나무그늘 밑에 자리잡았다. 나무사이로 만들어진 그늘에서 쉬어가며 은은히 풍겨오는 꽃향을 느끼면서 힐링의 장소에서 간식으로 새참할 잡도리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꽃으로 뒤덮인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에서 각자 집에서 간단히 준비해온 간식을 털어 놓으니 제법 풍성했다. 풋강냉이, 김밥, 麻花, 茶蛋, 煎饼, 방울토마도, 포도, 카라향감귤등 간식을 야외에서 먹으니 그맛 또한 별미였다. 후식으로 말랑말랑한 솜사탕까지 먹으니 오늘만큼은 어린손녀의 동년배 같은 느낌에 행복했다.
호수공원은 가는곳마다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실내 전시장인 화훼산업관에서는 세계화예작가 초청전과 세계적인 희귀식물들이 관람객을 기다렸다. 입구에는 청화백자 화병에 드리워진 붉은색과 흰색의 복숭아꽃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일월오봉도와 나란히 조화를 이룬 홍백의 꽃나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얼핏 보면 생화 같아 보이는 이 꽃은 비단과 밀랍 등으로 만든 국가무형문화재 황수로 명장의 궁중채화 대표작 ‘홍벽도화준’이라 하였다. 화예작가의 작품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예쁜 꽃들이어서 사진을 엄청 찍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장미 카네이션 안개꽃등 다양한 꽃과 가지각색의 꽃을 전시하여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듯 아름답고 황홀하였다. 꽃으로 만든 회전목마, 미니 열차, 수상 꽃자전거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장이 있었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밀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다 패스하고 꽃구경에만 전념하였다. 색다른 볼거리를 즐기면서 꽃의 감동을 느끼는 우리는 지칠줄 모르고 하루를 즐겼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꽃박람회가 전해주는 기쁨과 행복, 감동과 아쉬움을 안고 박람회를 떠나 쿠우쿠우부페에 들려 맛있는 초밥과 회를 먹었다. 오늘의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친구가 손수 만든 구슬목걸이 선물도 받았다. 꽃박럼회의 이쁜 꽃과같이 친구들이 할미꽃이나 호박꽃이여도 좋으니 영원히 아름답고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김선화
http://www.hmzxinwen.com/news/25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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