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속에 부대낀 엄마의 삶은
젊음을 밭이랑에 묻고
가시고개 눈물고개 넘으며
가난을 밥처럼 씹으면서
평생 자식들께 집착하며
그 무게를 달고 산 삶이였습니다.
가녀린 체구에 낮이면 밭일
밤이면 어두운 등잔 불 밑에
바늘로 손끝을 찔러가면서
손바느질을 하셨습니다.
그 기운 옷 학교에 입고가면
기운티가 나지 않아 좋았습니다.
까실한 그 손은 약손입니다.
그 약손으로 아픈 배를 만지면
아픔은 깜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몸에 된장 김치냄새 늘 뱄어도
그 시절에 끊여주시던 된장국
김치 찌개가 항상 그립습니다.
손끝은 얼마나 야무지셨던지
그 손끝에 닿은 누런 광목은
새하얀 오광목으로 변하고
똑딱 똑딱 똑똑똑 다딤돌 위
방망이질 소리는 한가닥의
선률처럼 가관이였습니다.
엄마의 삶은 저 언덕 길위
하얗게 머리푼 억새풀마냥
잔잔한 바람도 막아주고
걸어갈 앞길에 걸림돌을
하나하나 치워 주면서
자식들 앞날을 기도했습니다
엄마의 앞머리 가리마는
예나 제나 반듯한데
그 체구에 가려진 그림자는
날마다 작아만 집니다.
대신 아파드리지 못한 이 불효
벌이라하면 달게 받겠습니다.
/태명숙
http://www.hmzxinwen.com/news/27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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