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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10/24  한민족신문
영별은 언제나 슬프다

맹물 같은 평범한 일상이 매일 그날이 그날같이 흘러간다. 매일 아침 눈뜨자 마자 하는 일이 있다. 할아버지의 소변 주머니를 비워주고 밤사이 소변량을 체크하여 기록한다.

 

환자를 "어르신, 환자분, 아버님"으로 호칭하라는 교육도 받았지만 나는 어쩐지 낯간지러워 지금껏 환자를 할아버지라 호칭해 왔다.

 

할아버지를 침상 목욕시키고 새 환의를 갈아 입히고  욕창 위험부위와 등을 톡톡톡 두드리면서 "할아버지 개운하세요? 시원하시죠?" 하고 땀을 훔치며 애교도 부려본다. 할아버지는 묵묵부답이다. 표정으로도 화답해주지 않는다. 인공호흡기가  대신 대답해 주는듯 푸푸 소리 낸다. 

 

코로나 유증으로 시름시름 앓으시던 할아버지가 호흡기에 의존하여 연명하고 있다. 할버지는 지금 갓 태어난 아기처럼 가장 큰 돌봄이 필요한 존재이다. 의식이 떨어졌고 인지기능도 상실하셨다. 다행인건 아주 편안한 모습이다. 할아버지에게는 오늘 하루도 소중하다.

 

어느덧 아침식사로 견관식 영양액이 배달되여왔다. 할아버지의 이마에 흘려진 몇가락 안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할아버지 식사합시다. 맛있게 드세요" 한다. 역시 대답이 없으시다. 화답도 없으신 할아버지에게 나는 일방적으로 혼자 주저리주저리 말을 한다.

 

반응은 없지만 듣고는 계시리라는 믿음에서 외롭지 마시라고 예전처럼 계속 대화하고 있다. 침대머리를 45° 높이고 할아버를 비슷틈이 않혀드리면서 어깨를 살짝 주물러드렸다. 손끝으로 얼굴을 쓰담쓰담 인사를 하니 눈을 깜빡이신다. 경미하게 보이는 반응이지만 무척이나 반갑다.


< •••••• >


정서적으로 많이 가라앉은지 수개월째다. 휠채어에 앉혀드려도 매양 눈감고 계셨다.할아버지와의 소통은 때론 비 언어적인 형태일 때도 있다. 손잡고 말없이 옆에 앉아 있기도하고 휠채어 뒤에서 할아버지의 어깨를살풋이 감싸않아 드리기도 한다. 언제까지 곁을 지켜줄거라는 믿음을 드리고 싶었다.


"시집도 가야하는데 늙은이 옆에 잡아두어 미안하다." 하시며 아버지 같은 사랑도 주었다. 병이 귀울어지던 어느날, 손목을 덮석 잡으시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신다.


"가지 말어라, 네가 가면 안된다. 옆에 있어야 한다."


그만 울컥하며 마음이 아팠다. 뭔가 소홀했나 싶어 자책도 했다. 흐르는 눈물이 그동안의 정이였음 깨달았다. 할버지의 손을 두손으로 꼭 잡아드렸다. 

 

"저 안가요. 할아버지 곁에 꼭 있을거예요.힘내세요."
 

< •••••• >


피딩을 걸어 천천히 내리게 조절해놓고 반대쪽 건물에서 반사되여 스며드는 햇빛을  쬐며 바람을 맞는다. 햇볕이 병실을 가볍게 쓸고 앉은 고요한 시간, 간병침대에 몸을 맡기고 나는 짧은 휴식을 취한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솔솔 온다. 밤에 체위변경 시키고 석션하느라 몇번씩 깨서  잠을 설치니 아침이면 늘 피곤하다.

 

할아버지가 달포 넘게 저러고 계시니 늘 마음이 시리다.  그래도 동생 <영식>이를 찾으실때가 좋으셨다. 


카리스마가 작열하시던 할아버지가 간난쟁이 처럼 얌전히 주무시기만 하시는 모습에 슬퍼지는 이 마음도 그 동안의 시간이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촉이 반응했다. 할아버지는 숨소리 거칠어지고 가래가 많이 끓는데 썩션으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돌아가실듯 상태가 위중하다. 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와서 익숙한 풍경이다.

 

할아버지의 몸부림이 처절해서 안타깝다. 고통스러워하는 할아버지를 지켜 보기만 해야 하는 의료진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일 거다. 임종의 처절한 몸부림앞에서 슬픔외에 무슨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단 한번밖에 없는 생명, 한번만 누릴수 있는 탄생, 보호자는 희망을 잃지 않지만 할아버지는 떠나려 하신다.

 

"아버지 힘내세요. 툭털고 일어나세요 꼬~오~옥요..."
막내 아드님의 간절함이었다.

 

"아버지 사랑해요. 진짜진짜 사랑해요."
수집어서 사랑 표현을 못하던 따님의 용기였다.


보호자의 안타까운 부름도 뒤로 하고 떠나시는 할아버지 야속하다. 할아버지를 돌본 세월이 9년이다. 과묵하시면서도 정이 많으시고 카리스마가 넘치셨던 멋쟁이 할아버지는 떠나신다...

 

"아버지 먼저 가세요. 고생이 많으셨어요."
보호자인 옥원장의  슬픔이 깊은 고별이다.


후~, 생각이 멈춘다. 

 

시간도 멈추었다.
지구도 공전을 멈추었다. 
세상이 적막속에 빠졌다.
하늘에 닿은 꽃길이 열렸다.


흐~흑, 하염없이 눈물만 주루룩...

 

할아버지는 2022.10. 5 조용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영면에 드셨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부디 편히 잠드세요.
 /간병인 김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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