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선비의 길을 걸으시면서 교육사업에만 몰두하셨던 우리 아버지, 김근환 선생이 2020년 3월 17일 92세를 일기로 중국 청도에서 세상과 작별하셨다. 파란만장한 삶을 사시면서 풍랑과 고락을 밥 먹듯 하셨던 아버지는 만년은 막내아들 내외의 정성과 효도로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호의호식 하시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다.
교육사업에 모든 것을 쏟으시며 혁혁한 공을 쌓으신 아버지는 고향의 교육계 별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1976년 문화대혁명의 종말과 더불어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20년 만에 우파분자 누명을 벗고 다시금 정식 국가공무원직을 회복하고 교육계에 복직하셨다. 그때로부터 아버지는 고향의 교육발전을 위해 모든 정열을 불태우게 되었다.
현 교육국에서는 아버지에게 소수민족자치향의 교학고문으로 명명하였다. 워낙 아버지는 집안일은 할 줄도 모르고 또 하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오로지 기회만 있으면 책을 보고 글을 쓰셨다. 전형적인 선비셨다.
당시 우리민족 자치향 교육계는 나를 포함해서 금방 교편을 잡은 신입교원들이 절반이 넘는데 그 수준이 백지장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풋내기들이었다. 그나마 나는 산간학교 민반교원으로 7~8년 실천경험이라도 있고 교육자이신 아버지, 어머니의 교육지도를 받았은즉 "하루 강아지 눈뜬 격" 이라도 되었다. 문화대혁명 풍랑 속에 전혀 배우지 못한 내가 부모님 덕분에 초등학교 6학년 교원까지 원만하게 할 수 있었으니 기적이라 할 수 밖에.
선생이 사업을 잘 하려면 열정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밤잠을 적게 자고 목마른 사람이 물마시듯 열심히 배우고 또 가르치는 실천을 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배운 지식이 공고화가 되고 배운 것은 잊혀 지지가 않았다. 1977년 현 우수교원으로 표창을 받았고 나의 졸업반학생들 중학교 입학률도 전현적으로 최고로 1등의 영예를 따냈다. 내가 부모님 따라 고향에 올 때는 그래도 선생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자부했다.
문제는 교육계에 금방 발을 들여놓은 교원들이 문제다. 특히 부모님을 계승해 교단에 나서는 선생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버지는 이런 선생들의 참모가 되어 밤낮없이 심혈을 기울이셨다. 그들의 수준을 제고시키지 못한다면 고향 교육의 질은 운운할 여지조차 없었다.
한 컵의 물을 주려면 한초롱의 물이 있어야한다. 어떤 선생이 있으면 어떤 제자가 있다. 교육의 승패를 결정하는 관건은 실력 있고 수준 있는 훌륭한 교사대오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아버지는 고향의 교육 질을 제고하려면 우선 선생들의 수준을 제고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셨다.
"선생이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 아버지는 학교마다 다니며 교원들의 선생이 되어 교수 방법과 수단 등을 열심히 가르치셨다. 압박과 압력이 있어야 발전과 변모가 생긴다. 선생들도 경험 있고 지식 있는 교육자에게서 열심히 배웠다. 그것이 자기 제자들을 사랑하고 관심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연세가 많으신 아버지는 매일 9개 마을 학교들을 순번으로 다니시느라 늘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8시, 9시 되어서야 귀가하셨다. 아버지는 직접 수업도 참관하고 수업과정에서 있었던 좋은 점은 긍정해 주고 그릇된 점은 즉시 현장에서 지적하고 시정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말 문법과 민족문화와 우리글이 세계 어느 나라 문화나 글보다 우월한 특점을 갖고 있다고 항상 자랑하셨다. 또한 교원들의 수학시험, 글짓기, 흑판 글쓰기, 붓글씨 쓰기 등 겨루기를 진행하셨다. 또한 수학, 문학과목 복습내용을 인쇄하여 각 학교들에 보내주고 학기말이면 선생들의 지식수준 시험을 치르고 교학 논문쓰기 등 교원들이 응당 갖추어야할 기본지식 능력배양 연구에 심혈을 기우렸다. 우리 민족 문화의 전통적인 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교학수단과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에 옮길 교수방법을 전면적으로 연구하셨다.
1980~1986년 사이 계동현 계림향 민족교육 "우리말"교학은 계서지구와 흑룡강성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는 자전거도 탈줄 모르기에 아무리 먼 동네도 도보 다니셨다. 어찌 보면 많이 걸으신 덕분에 아버지 만년에 다른 분들보다 장수하신 것 같기도 하였다. 왕복 40리 거리도 걸어 다니셨는데 아침 일찍 떠나고 저녁 9시 되어서야 귀가하셨다. 그의 신근한 노력과 지성어린 관심은 하루 이틀이 아니고 수년간 계속 지속되었다.
과연 아버지의 공헌은 헛된 것이 아니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기적이 나타났다. 1981~1983년 사이 국가정식교원 선발시험에서 계림향 대과교원들의 합격률이 계서시 지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계림향 대과교원들 전부가 국가 정식교원선발시험에 합격했다. 김근환 선생의 공이 빛을 발한 것이다. 땅이 걸고 밭이 기름지면 농사도 풍년이 들듯이 선생들의 수준제고가 해결되니 당연히 학생들의 중학교진학률도 올라가고 고등학교, 대학입학률도 따라서 높아졌다. 그때가(1980~1990년) 고향교육이 가장 왕성한 시기였다.
아버지는 퇴직 후에도 우리 민족 문화 발전을 위해 계속 글을 쓰셨다. 신문 보도, 잡지, 개인 수기, 소설 등을 발표하였다. 아버지는 80고령까지도 고향 노인협회 문화벽보란을 친히 꾸리시면서 항상 글을 쓰셨다.
이처럼 아버지는 만년까지도 철두철미한 선비의 모습을 과시하셨다.
/김지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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