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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1/09  정명선
장애인의 가을

석양은 서산고개 넘어가는데 

외기러기 창문 밖을 날아가네

돈 벌러 아내는 외국에 나가고 

자식 몰래 나는 홀로 

가만히 도둑술 먹네

 

화분의 꽃들은 시들어 가고

코스모스 바람에 휘청거리네

조석으로 한기가 기웃거려

미운 가을이 실감나네

 

메뚜기도 풀쩍풀쩍 

징금돌 건너듯 뛰놀건만

이 내 몸은 한 걸음 나아가기 어렵네

아내 없는 부엌에서 

귀뚜라미 배고프다고 울어대면

하염없이 눈물만 

내리는 비처럼 줄줄 흐르네

 

파리 한 마리 머리와 배를 긁더니

현기증이 나는지 비틀거리고 

밤마다 꼭꼭 문안 오던 모기는

술 먹고 취했는지 조용하네

 

이 가을 뒷문으로 

눈보라 치는 겨울이 올텐데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네

/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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