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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0/13  정명선
마작바람의 풍파

아침부터 소낙비가 내리붓더니 점심 무렵에는 비발이 차차 엷어지면서 실날같은 비방울이 드리웠다. 이날도 용근네 집에서 마작판이 벌어졌다.

 

“아버지 , 아버지~”

 

방학하고 집에 들어선 용근이 막내아들이 성적표를 들고 떠들어 댔다. 용근이는 대뜸 막내아들의 성적표를 받아 펴보았다.

 

“허허 , 또 장원을 하였구나.”

 

용근이는 아들 손에 50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었다. 용근이 옆에 앉은 성철이가 성적표를 낚아챘다. 그 성적표에는 전 학교 1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의 성적을 점수에 따라 등수를 매겨놓았다. 성철이는 행여나 하는 마음에 미련을 품고 성적표에서 5학년 성적을 훑어보았다. 순간 성철이의 눈살이 꼿꼿해지면서 숱진 눈썹이 푸들푸들 뛰었다.

 

(아니 , 최우등을 하여온 녀석이 꼴등을 하다니, 망신이야 망신! )

 

성철이는 화가 울컥 치밀어 마작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는 피가 떨어지는 것 같은 얼굴로 문을 열고 나섰다. 그가 질퍽한 길을 뛰다시피 총총걸음을 놓아 10층 아파트 108호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들녀석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 인기척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룡아, 시험성적은?!”

 

“아직도 안 알려 줬다고!”

 

룡이가 아버지를 말끄러미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다.

 

“뭐, 아직도 안 알려 줬다고!”

 

성철이는 쌍눈을 부릅떴다.

 

“아버지, 정말 아직도 안 알려 줬어요.”

 

“이 수매 같은 놈아 , 시험점수가 나쁘니까 속이려는 거지…”

 

그제야 룡인는 시험성적표를 찢어 화장실 변기에 넣고 흘러 보냈다고 이실직고 하였다.

 

“뭐 , 뭣이 어째!”

 

찢어져라 부릅뜬 성철의 두 눈에서 불이 철철 흘렀다. 그는 억제할 길 없는 부아통이 터져 솥뚜껑같이 큰 손을 들어 아들의 볼기짝을 불이 펄 일게 대 여섯 대 후려갈겼다. 아픔을 금치 못해 룡이는 항아리 터지는 소리를 내질렀다. 성철이는 분을 삭일 길 없어 씩씩거리다 아들 담임선생님을 찾아 떠났다. 성철이는 시골에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 못해 희망을 아들녀석에게 두었다. 아들녀석이 1학년에 입학하자 성철이가 저녁마다 애쓴 보람에 시험 때마다 최우등을 하군 했다 .

 

“제가 한번 룡이 아버지를 찾아보려고 하던 참인데 이렇게 찾아오셨어요.”

 

최선생은 상글상글 웃으며 반갑게 맞아 드리는 것이다.

 

“최선생 우리 룡이 성적이…”

 

성철이는 김빠진 공 마냥 주눅이 들어 뒷말을 잇지 못하였다.

 

“룡이가 지난 학기부터 아침마다 지각하고 수업시간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하다간 소르르 잠들 군 해요…”

 

순간 성철이는 된방망이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뗑해났다. 최선생을 찾아올 때 한번 화풀이를 하려고 온 것이었는데 룡이가 수업시간에 잠을 잔다는 말에 그만 오금이 탁 풀렸다.

 

성철이 부부는 불법체류로 고국 땅에서 5년 열심히 돈을 벌다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대한민국에서 강제추방을 받아 고향에 돌아와 청도에다 아파트 사고 식당을 꾸린다면서 벌어온 돈을 흔전만전 써버리면서 3년도 안 되서 빈털터리가 되었다. 성철이 부부는 세 번이나 한국비자 신청서를 작성하여 대사관에 보냈지만 번번이 비자가 안 나와 아내는 상해밥점에 품팔이로 떠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성철이는 속이 재가 되어 밤 낮 친구들을 불러놓고 마작을 놀았다. 아들녀석은 떠들 썩 고아대고 담배연기 자욱한 그 속에서 새우잠을 자다가는 아침밥이 늦으면 찬밥덩어리를 먹고 학교로 가군 하였다 .

 

“최선생님 미안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사실 룡이학생은 둔한 학생이 아니에요. 룡이 성적에 룡이 아버지 책임도 있지만 저의 책임이 더 크지요.”

 

최선생님의 거짓 없는 솔직한 몇 마디가 성철이의 가슴을 커다란 북을 쳐대듯 쾅쾅 세차게 두들겼다.

 

(만약 내가 이전처럼…)

 

성철이의 마음은 허전해 났다. 한 때는 열심히 돈을 벌어 빚 낟가리를 허물어버렸지만 지금 그보다 더 크고 무거운 새로운 빚을 짊어졌기 때문이다.

 

“선생님 , 잘 알았습니다.”

 

최선생은 성철이를 문전까지 바래였다.

 

가신 듯 비가 멎자 구름장들이 비누거품처럼 흩어지며 새파란 하늘이 바다처럼 펼쳐졌다.

 

성철이는 아들녀석에게 아동이야기책을 사주러 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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