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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10/29  한민족신문
들풀 예찬

나의 삶을 돌이켜보니 시인 백거이 시구가 떠올랐다.

 

들불은 들풀을 태워 죽일 수 없다. 봄바람이 불면 되살아난다.

 

문화대혁명의 세찬 불길이 나의 앞날을 태워버렸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이 죄가 돼 수정주의 교육노선의 검은 싹으로 몰렸다. 대학에 가는 길도 사라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마을로 돌아와 보니 혁명의 불길은 더 세차게 타오르고 있었다.

 

30년대에 반일투쟁에 참가한 아버지께서는 모함으로 역사반혁명 모자를 쓰시고 반란파들한테 뭇매를 맞고 사경에 처해계셨다.

 

나는 검은 오류분자 자녀로 몰려 마을에서 백여리 떨어진 방목장에 “정배”를 갔다.

 

밤에는 쥐 무리 습격을 받고 새벽엔 멧돼지무리 습격을 받고 대낮엔 곰한테 놀라움을 당했다.

 

석달 후에 더 힘든 돌 캐기 현장으로 쫓겨 갔다.

 

난생 처음으로 쇠 메질을 했다. 손목과 팔이 퉁퉁 부어도 이를 악물고 메질을 해야만 했다.

 

그 일이 끝나니 이번엔 탄광으로 쫓겨 갔다. 막장에 내려가 등에 석탄 짐을 지고 네발로 기어 올라와야만 했다. 무릎이 터지고 손바닥은 피투성이였다. 얼굴은 석탄먼지로 흑돼지 보다 더 검었다.

 

석달 후에는 금 캐기, 큰 목재 메여 나르기, 변방 길 닦기 등 힘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왔다.

 

2년 후 아버지께서는 역사반혁명 모자를 벗으셨다.

 

나에게도 봄바람이 불어왔다. 불에 탄 들풀처럼 나는 지하에서 머리를 뾰족이 내밀었다.

 

공사중학교 교사, 현 당위 선전부 간사, 현 방송국 편집으로 승승장구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학입시 제도가 회복된 첫해에 연변대학에 입학하였다. 또 4년 후에는 흑룡강신문사 기자로 됐다.

 

난 들풀을 찬미한다. 아니 난 들풀이다. 들불이 두렵지 않다.

 

/최영철   경기도 부천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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