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강시조선족중학교 초중2학년4반 안령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시집 온지도 어느덧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비록 늙으신 할머니가 로망을 부릴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는 인내심 좋게 꾹 참으며 할머니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였다.
지난 ‘어머니날’에만 해도 어머니는 자기가 입어보지 못한 고급 옷에 하얀 코신을 사드리는가 하면 또 맛나는 음식도 한상 푸짐히 차려놓았다. 이에 할머니도 어머니를 칭찬하며 친딸처럼 봐준건 물론 마을 로인들의 부러움까지 자아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어머니에 대한 할머니의 태도는180도로 변했다. 어머니가 여전히 할머니에게 효도했지만 어머니를 보는 할머니의 눈길은 점점 아니꼬와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끝내 침묵을 깨뜨렸다.
“어머님 요즘 편찮으셔요?”
“난 아직은 건강하다.”
“그럼 제가 뭘 잘못했어요? 요즘 저를 대하는 어머니의 태도가 변한 것 같아요.”
할머니는 대답대신 홱 돌아앉았다. 그리고는 옷장에서 어머니가 ‘어머니날’에 사드린 옷을 꺼냈다.
“며느리 이 옷 좀 보게. 그날 뻔뻔스럽게 이 옷이 고급명품 옷이라고 했지. 이 늙은 것을 얼려도 분수가 있지.”
“아니, 어머님 이 옷은…”
“나를 눈뜬 소경이라고 보지 말게. 동네사람들이 모두 싸구려옷이라고 비웃던데 또 무슨 할 말이 있어. 그리고 제 친정에미에게는 고급 옷을 사주고…”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네에서 듣던 “저 며느리는 친정 에미에게는 싸구려 옷을 사주고 시에미에게는 고급 옷을 사준다오.” 하는 칭찬 절반 ‘욕’ 절반 담긴 말과 정반대이니 말이다. 혹시 어머니가 번마다 값싼 옷으로 할머니를 얼리는 게 아닐까?
어머니는 무엇을 말하려고 그러는지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제꺽 입을 다물고 나갔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며칠째 말이 없었다. 나는 도대체 어머니가 왜서 할머니에게 싸구려옷을 사드렸는지 리해가 되지 않았다. 또 왜서 어머니가 해석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외할머니네 집에 갔다 온 어머니의 얼굴에는 며칠 전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던 명랑한 웃음이 어리여 있었다.
“어머니, 이것이 바로 제가 어머니에게 드리려던 옷이예요. 그건 친정어머니 옷이였어요.”
“아니, 또 나를 얼리려는거요?”
할머니는 어머니의 말을 밀막으며 다짜고짜 성을 내시였다. 그러는 할머니에게 어머니는 말도 못하고 난처해있었다.
문득 ‘어머니날’에 있은 일이 떠올라 나는 할머니방문을 떼고 들어가 해석했다.
“할머니, 사실 제가 명심하지 않아 그만 심부름을 잘못하였습니다…”
나는 사실의 진상을 할머니에게 알려드렸다.
그날 어머니는 만면에 웃을 띄우며 비닐주머니 두개를 들고 오셨다. 어머니는 일이 있어 좀 나갔다 오겠다며 왼 쪽에 놓인 것은 친할머니의 옷이고 오른 쪽에 놓인 것은 외할머니의 옷이라며 나더러 가져다드리라고 했다. 한창 텔레비죤에 열을 올리고 있던 나는 어머니의 말씀을 귀등으로 흘러 보내고 ‘전쟁’의 도화선을 만들었던 것이다.
“며느리, 내가 잘못했소.”
“어머님, 제 잘못이예요. 제가 너무 소홀했어요.”
할머니는 제꺽 옷을 들고 일어섰다.
“여보게 며느리, 내가 이 옷을 사돈집에 가져다주겠소. 나만 좋은 옷을 입어서야 안되지.”
“아니, 그 싸구려가 친정엄마 옷이예요.”
할머니는 아무리 말려도 고급 옷을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어머니도 방법이 없었던지 함께 나섰다.
멀어져가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은 그렇게 정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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