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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상스러운 존재

현순복

“개와 돼지는 한집에서 살면서도 절대로 먹이 때문에 싸우는 일이 없다오. 죽을 주면 돼지는 텁텁거리며 죽을 먹고 개는 그 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본다오. 돼지가 배를 불리고 물러나면 개는 슬그머니 다가가서 나머지 죽을 먹고 그릇을 깨끗이 핥아서 설거지까지 말끔히 한다오.”

처음 만난 남자의 말이다.

 

정말 그랬던가? 어렸을 적에 엄마는 거의 해마다 개와 돼지를 길렀는데 같은 종류끼리 죽 때문에 싸우는 모습은 본 적 있지만 개와 돼지가 죽을 빼앗으려 싸우는 정경을 본 기억은 없다. 오히려 그 남자의 말처럼 그들의 평화 공존하는 화면이 꿈속의 영상처럼 여자의 눈앞에 가물가물 펼쳐졌다.

 

그녀를 감동시킬 특별한 말도, 행동도 남자에게서 보지 못했건만 아는 사람의 소개로 그 남자를 처음 만난 그녀는 사흘 만에 어정쩡하게 이 이야 기의 임자와 일생을 기약했다. 혹시 이야기중의 주인공역할이 바뀌였으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후, 여자는 하루 세끼 열심히 음식상을 장만해 맛있게 먹곤 했다. 그만큼 보기 싫지 않을 정도로 통통했다. 남자는 여자를 《란 돼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남자는 입이 짜른 게 흠이였다.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은 음식점에서도 입에 맞는 것이 없다며 저가락을 어느 요리에 가져가야할지 망설이곤 했다. 그래서인지 남자는 탄탄한데가 있었 지만 《머리 작은 아버지》처럼 말라 있었다. 여자는 남자를 《싸리 개》라고 불렀다.

 

어느 날, 초중생이 된 아들이 문득 엄마보고 물었다. <<엄마, 사람은 무슨 띠이면 바로 그 동물을 닮지 않나요?》

 

《엉?》여자는 자기와 남편을 떠 올렸다.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여자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뒤늦게야 <<못된 자식》 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저도 모르게 피씩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여자의 생각은 자꾸만 그 곬으로 몰려들었다. 나는 뚱뚱, 남편은 홀쭉, 나는 잘 먹고 행동이 느린 편이지만, 남편은 편식하고 좀처럼 앉아있지를 못하는 성미다. 출근하는 외의 여유시간에 낚시하고 남의 밭을 빌려 채소를 가꾸고 (지난해에도 반무 남짓한 땅에 20가지 채소를 심었다.) 나물 철이면 나물을 뜯고 버섯 철이면 버섯을 따고 동창모임, 전우모임, 고향친구들 모임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몇 년 후, 초중 생이 된 딸애가 새로 바꾼 컴퓨터바탕화면을 보면서 자꾸만 킥킥거렸다. 여자가 다가가 보았더니 귀엽게 생긴 강아지 다섯 마리의 《가족사진》이였다.

 

《어우, 참 귀엽구나. 그런데 왜 자꾸만 웃어?》

 

《킥킥……》

 

《계집애, 허파에 바람 들었나?》

 

《그런데 엄마, 이것 좀봐, 여기 이 개들 가운데……킥킥……》

 

《빨리 말해봐》 괜히 안달아난 여자가 이번엔 재촉이다.

 

딸애는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아빠가 있는 침실 쪽을 힐끗 보고는 음성을 낮추어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이 강아지들 좀봐, 귀엽지? 그런데 이놈말이야, 아빠를 닮지 않았 어?》

 

《엉?》 의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이어 웃음통을 터쳤다. 눈물 이 찔끔 나오도록 웃던 여자가 강아지를 자세히 뜯어보았지만 도대체 어디를 닮았는지 영문을 알수 없었다. 그런데 그 후부터 컴퓨터를 열 때마다 여자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여보!》

 

어느 날, 여자는 남자의 기분이 괜찮을 때를 맞춰 남자를 컴퓨터 앞으로 불렀다.

 

《이 바탕화면 좀 보세요. 홍이가 최근에 바꾼건데 이 강아지들 참 멋있죠? 이렇게 잘 생긴 것들은 값도 아주 비쌀거예요.》

 

남자는 넌지시 보기만 할 뿐이였다.

 

《그런데 홍이가 그러는데 이중의 한 놈이 당신을 닮았대요.》

 

남편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장난기가 부쩍 오른 여자가 한발 더 다가들었다.                       

 

《자, 어디 당신이 맞추어 보세요. 어느 놈이 당신처럼 생겼는지?》생각 밖으로 아주 진지하게 화면을 들여다보던 남자가 면바로 딸애가 말하던 그 놈을 바로 짚을 줄이야! 여자는 배를 끓어 안고 웃었다. 제방에서 이 정경을 숨죽이고 엿보던 딸애도 뛰쳐나와 어머니와 한 덩어리가 되였다.

 

《하하……》

 

《호호……》

 

둘은 한참이나 허리를 펴지 못했다.

 

《허허허허……》

 

남자도 보기 드문 웃음을 터뜨렸다. 겨울날 정오의 해빛이 울려퍼지는 웃음소리와 엉켜 널찍한 방안에 넘쳐나고 있었다. 집안의 웃음은 때론 이렇게 예상치 않은것들이 만들어 낸다.

 

보아하니 이 집의 《개와 돼지》는 가정을 이루는 첫 시작부터 길 스러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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