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 오겠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오래된 빛바랜 지난 일이 나를 웃음 짓게 한다.
20여 년 전의 어느 날, 동료교사가 어디선가 테이프를 가져왔는데 거기에 "홀로 아리랑"이 있는 것 이였다.
음악과 담을 쌓고 있는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어쩐지 멜로디며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배우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리고 맡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었다.
헌데 음정 박자 고르지 못한 나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음악선생님께 부탁 드려 볼까도 생각했지만 전교 음악수업을 혼자 맡고 있는데다가 당시 교원부족난으로 다른 과목수업도 겸하고 있는지라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고심 끝에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그래. 그거야! 한번 시도 해보는 거야!”
오후 자율학습시간이 되자 나는 녹음기(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교실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의아한 표정이다. 자율학습시간에 녹음기라니...
수업 전 통상적인 인사가 끝나고 학생들이 자리에 앉자 나는
“선생님이 노래 한 곡 들어 봤는데...” 하면서 운을 뗐다.
학생들의 표정들이 밝아진다.
“우리 친구들이 이 노래를 배워서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번 들어 볼까요?”
“네.”
나는 노래를 틀어주었다.
조금 듣더니 너도나도 좋아라 "배울 래요"를 외친다.
“그런데 가사가 없어요. 가사부터 받아 적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죠?”
“네.”
나는 녹음기를 재생과 정지를 반복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가사를 받아쓰고 정리하게 했다. 몇 번 반복하니 1절 가사는 완벽하게 정리되었다.
그 다음은 한 구절 한 구절씩 따라 부르기를 시작했다.
어린 친구들은 기특하게도 몇 번 반복하자 아주 훌륭히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은 선생님 노래 들어보고 싶단다. 못 이기는 척 학생들과 함께 불러 보았다.
(물론 음정 박자 정확히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은 그래도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응원해 주었다.
생뚱맞게 잔머리로 학생들에게 노래도 가르치고 듣기와 받아쓰기 공부도 동시에 진행하고 나니 마음은 참 뿌듯하였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노래 "홀로 아리랑"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옛 생각에 나 혼자 웃곤 한다.
/정명선
http://www.hmzxinwen.com/news/18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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