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1948년 여름의 어느날, 아버지(38세)와 어머니(35세)는 중국 해림시 묘산촌으로 부터 중화촌으로 찾아 갔다.
목적지에 이르니 할아버지 한 분이 여위고 볼 품 없는 여자애를 업고 계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애의 코 밑을 가리키며 이 애는 명이 길 것이라며 업어 가기로 작심했다.
가난하여 어린애를 굶기던 할아버지는 애가 살게 되였다며 너무도 고마워서 연신 90도 인사를 하셨다.
아이를 업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늘 우리 집에 복(보옥)이 굴러 왔다고 하시며 딸의 이름을 김보옥이라 지었다.
집에 들어 서자마자 아버지는 딸애를 안아 주고 어머니는 안죽을 끓이셨다.
이웃들은 경사난듯 좋아하는 부모님을 보고 당면에서는 말 못 하고 애가 살기나 하겠냐며 뒤에서 수근거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돌이 갓 지난 딸애를 정성을 다 하여 낮이나 밤이나 잘 돌보았다.
워낙 허약한 체질이라 체하기도 잘 하고 설사도 잘 했다. 밤이면 너무 울어 잠 잘 수가 없었다. 쩍하면 애를 업고 3키로 떨어진 의원으로 찾아 다녀도 마냥 즐거워만 하셨다.
내가 다섯살 때의 일이니 기억에 생생하다.
아버지께서 나를 업고 병원에 다녀 와서 약을 먹일 때였다. 어른 다섯명이 머리 , 팔과 다리를 붙들고 코를 쥔 다음, 입에 약물을 떠 넣으니 나의 배속에서는 천둥 소리가 들렸다.
곱다고 오냐오냐 하니 참 꼴 불견이였다.
애가 잘 먹게 하려고 쌀을 닦아서 죽을 쓰고 마른 명태를 잘게 찢어 기름에 볶다가 국을 끓여 주기도 하고 계란찜을 하여 주기도 했다.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나의 몸에는 살이 붙었지만 여전히 앓음 자랑만 하였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는 2키로 걸어서 통학했다. 학교 가는것 명심한 나는 밤중이면 어머니더러 밥 하라고 졸랐다.
어머니는 하는수 없이 일어났다. 내가 한 잠 자고 눈 떠 보니 어머니는 등잔을 켜고 양말같은 것을 깁고 계셨다. 그때면 또 밥 재촉을 했다.그래도 어머니는 ''학교 안 늦게 하겠으니 잘 자 "하시며 이불을 덮어 주셨다.
그때 학교에서는 해마다 봄이면 원족을 조직 했는데 어머니는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맛잇는 음식을 장만하여 따라 가셨다.
대약진때 학교에서는 근공검학 하면서 토끼를 길렀다. 어머니는 집체 일 하시며 솎아낸 당근을 주어 오셨다. 학교에 가져가 토끼에게 먹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근공검학 우수생으로 되여 목단강신문에 토끼 먹이는 사진과 기사가 실리는 영광을 안았다.
초등학교 4학년 부터는 고급학년이여서 어머니는 학부형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학교 일에 열심히 나섰다.
덕분에 빈농의 자녀에 공부를 잘 한 나는 중학교에 입학할때 시험 치지 않고 중학에 입학하는 행운을 가졌다.
중학에 입학했을 때까지 나의 신체는 허약했다.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께 사정 이야기를 했다. 나는 농망가 때 먼 곳에 가서 일 하지 않고 학교에 남아서 꽃씨를 받는 쉬운 일을 하게 되였다.
나의 신체가 허약하다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몸에 좋다는 것은 다 해 먹이였다.새끼돼지 단지 곰, 새끼강아지 단지곰, 태반 지렁이튀김 못 먹어 본 것 없다.
그래서인지 앓음 자랑만 하던 나는 고등학교 가서 부터는 별로 앓는 일 없었다.70넘은 지금까지도 배고픈 줄 모르고 맥 없는 줄 모르며 비교적 건강하다.
학교 다니던 12년 내내 몇 키로씩 통학하니 부모님은 매일 일찍 새밥을 해 먹이고 또 새밥으로 도시락을 싸 주셨다
.
지금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 아니다.특히 겨울철엔 5시에 나를 학교 보내고는 한 잠 주무시고 나서야 날이 밝았다.
어떤 집에서는 죄꼬만 가시나 땜에 다른 사람들 묵은밥 먹겠냐며 대충 묵은 밥으로 지나쳤지만 그래도 부모님은 언제나 먼 길을 학교 다니는데묵은 밥으로 때울 순 없다고 하셨다.
그전에는 천 표와 신발 표도 배급 주어 물건이 귀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예쁜 옷을 손수 지어 주셨다.
아버지께서는 한 땀 한땀 천 신을 만들어 주신데서 늘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신을 신고 다녔다.학우들은 부러워 하였다.
내가 자라는 20여년간 부모님은 잘 하나 못 하나 늘 내 편 이셨다.
어가촌에서 자랄때의 일이다. 동네 남 여 아이들이 어울려 돼지 오즘깨를 뿔궈 땅거미 질때까지 뽈 차며 뛰놀아도 저녁 먹으라고 부를 뿐 이였다.
고중을 졸업하던 해 대학 입학 신체검사와 대학 지원서까지 다 쓴 상태에서 문화혁명에 말려 들었다. 빈하중농의 졸업 증서를 받아야 한다고 농촌에 내려 갈 때도, 홍군을 따라 배워 2천키로 걸어 북경까지 장정한다 하여도 부모님은 모두 지지 하셨다.
빈농의 자녀로 목릉시방송국 우리말 방송 아나운서로 취직할 때 부모님은 보람을 느끼셨다. 내가 남자 친구를 사귀여 집으로 데려 갔을 때도 밥 잘 먹는 걸 보고 두 말 없이 찬성하셨다.
내가 부모님 슬하에서 자란 20여년을 돌이켜 보면 부모님의 정성으로 하여 나는 참말로 평탄한 꽃 길을 걸었다.이 꽃 길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하여 이룩된 것이였다.
/김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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